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5월 미국 방문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이 사물의 이치를 순리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이순(耳順)'에 가까운 57년 평생을 살아오면서 미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권좌에 오르기 전에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4강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두루 방문했던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이 한평생 민주화와 반독재 투쟁에 매진한 탓도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미국을 방문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국에 한번도 안갔다. 다른 뜻은 없고 일하느라 바빠서 못갔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이 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외국 여행은 캐나다와 일본, 영국 등 3개국이 고작이다. 첫 해외 여행은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던 지난 82년(당시 36세)으로 부산동아대의 스포츠 요트 클럽 회원들과 함께 일본에 요트강습을 다녀온 것이다. 그로부터 11년 후인 93년 노 대통령은 14대 총선에 낙선하고 영국 정부 초청으로 9박10일간 지방자치제도를 시찰했다. 이 여행이 유일한 `공무' 성격을 띤 것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노 대통령의 강력한 지방분권 의지가 이 때 탄생한 것인지도 모른다. 노대통령은 당시 정계은퇴 후 영국에 체류중이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도 방문했다. 다시 2년 후인 95년 노 대통령은 경제사정이 어려워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가 탄 곗돈으로 부부동반으로 캐나다 관광여행을 다녀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에는 노 대통령 개인 뿐만 아니라 미국측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표시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편 이번 방미 일정 조율 과정에서 캐나다 정부도 노 대통령의 자국 방문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캐나다 대사는 최근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만나 "노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캐나다를 방문해주면 국빈방문으로 해 줄테니 꼭 와달라"고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대미 외교에 주력하고 방미(5월 11-17일) 직후 5.18 광주 민주화운동 추모대회가 열리는 점 등을 감안해 다음 기회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기문(潘基文) 외교보좌관 등 방미 실무책임자들은 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이 어떤 성향을 갖춘 지도자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기초자료를 준비중이다. 이들 자료중에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 출신의 밥 우드워드가 쓴 `부시는 전쟁중(Bush at War)'이라는 역서를 압축한 것도 포함돼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