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따른 '공직자 기강잡기'에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정부기관은 물론 민간기업들에서도 '골프 자제령'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의 부패방지위원회가 직무 관련자와의 골프 금지 등을 명시한 '공무원 청렴 유지를 위한 행동강령'을 지난 2월 제정, 5월19일부터 시행키로 한데 이어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그룹들도 '불요불급한 골프는 자제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권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사원 금융감독위원회 등 일부 정부기관은 '청렴 강령'이 제시한 일정과 관계없이 '골프 자제지침'을 정하는 등 공직사회에 벌써 '골프 한파'가 몰아닥쳤다. 감사원은 지난 2월말 이종남 원장이 주재한 간부 회의에서 당분간 골프를 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감위와 금융감독원도 최근 이정재 위원장이 "감독 대상인 금융회사와의 골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내부적으로 골프 모임이 자취를 감췄다. 민간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이라크전 발발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 방안을 마련하면서 그룹사 소속 임직원들에게 '비즈니스상의 필요 외에 불요불급한 골프는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동시에 협력업체들과의 향응성 접대 골프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엄중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삼성그룹도 지난해 모 계열사 감사에서 일부 임직원이 비즈니스와 관계없는 골프 모임을 가진 사례가 적발돼 징계받은 뒤 부장급 이하의 자체 골프모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그룹 관계자가 밝혔다. SK는 최근 최태원 회장 구속과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 등 일련의 악재로 인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골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별다른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내놓고 골프를 치는 임원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내외적으로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도 당분간 활발한 골프 모임을 갖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아직 공식·비공식적인 '가이드 라인'이 없는 그룹들도 주변 여건의 변화를 주시하며 적절한 수위에서 '골프 자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 대기업그룹 관계자는 "세무당국이 골프 비용을 더 이상 손비 처리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어 어차피 내규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일훈.김수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