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를 군사적 방법이 아닌 다자간 대화를 통해 외교적으로 풀어나가기로 했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9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북한을 다자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윤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미국의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에 대해 파월 장관은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며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한국측은 북핵 문제의 단계적 해법을 담은 '로드맵(이정표)'을 제시했고 미국은 이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가 제시한 로드맵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이 더 이상 핵위기를 고조시키지 않고 현상유지하는 선에서 대화를 시작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철폐해야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미국이 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파월 장관은 일단 '흥미로운 접근법'이라고 말해 수용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핵확산 활동들이 해결되면 북한이 기다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며 선(先) 핵폐기 입장을 재강조했다. 한편 미국방문을 마친 윤 장관은 30일 일본 도쿄에 도착,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 회담을 갖고 "일.북대화가 조속히 재개돼 남북관계 진전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윤 장관은 또 미국에 제출한 우리측의 로드맵을 일본측에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