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파병을 둘러싸고 반전시위가 거세지는가 하면 국회의 파병동의안 처리가 연기되는 등 국론분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어 감정표출의 자제와 냉철한 대응으로 이번 논란을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대외적인 변수인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대립으로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경우 향후 북핵문제나 외교, 경제면에서도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과격한 대응을 삼가고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 모두가 합리적인 토론과 중재를 통해 국론을 모아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6일 이라크전 파견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앞서 여론조성을 위해 경실련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를 상대로 본격적인 설득 작업에 나서기로했으나 반전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파병결정이 북핵사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국가이익의 추구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도 거치지 않은 명분없는 전쟁"이라며 파병 철회를 강력 요구하는 등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욱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국군 파견동의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전개키로 하는 등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어 정치권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지난 25일 국군파견동의안 처리를 연기한 이후에도 여론 눈치보기에만 급급하며 동의안 처리일정을 계속 미루고 있어 본연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민주당이 이중적 잣대를 보여 국회 처리가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민주당이 이중잣대를 보인데 대해 통일된 의견을 내야 하며 대통령의 대국민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파병안 조기 처리의 필요성을 거듭 피력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참전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 여론이 악화될 경우 파병이 당초 일정보다 늦춰지거나 파병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국익 손상은 물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최악의 선택으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김호기 연대 교수(사회학)는 "우리가 미증유의 시험대 위에 올라 있는 만큼 정부는 정부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