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5일 이라크전 파병안 처리를 연기한 것은 국내의 반대여론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날 파병안 처리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파병부결'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여야는 의총을 열어 격론을 벌였으나 국민들의 '파병반대'압박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표결을 미뤘다. 특히 일부 의원의 경우 전자투표로 진행되는 파병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나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시민단체 등의 낙선 표적으로 선정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에 부담 느낀 정치권=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최고회의,당무회의,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당론결집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여론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파병찬성을 '구속력이 약한 권고적 당론'으로 정하되 표결은 의원의 자유의사에 맡기기로 했다. 한나라당도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파병안 찬성 주장과 반대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일부 의원들은 표결 연기를 주장했고,일부는 당론을 정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규택 총무는 "파병안(찬성)을 당론으로 정하되 구속력은 없으며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자유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의총 후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불참을 결정한 후 해산했고, 먼저 본회의장에 입장했던 한나라당 의원은 재차 의총을 열고 표결연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마치 한나라당은 파병에 찬성하고,민주당은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져 부담이 많다"며 "굳이 표결로 밀어붙여 민의를 거스를 필요가 없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파병에 대한 배경설명을 먼저한 후에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를 떠난 파병반대=민주당에선 김근태 이해찬 이호웅 송영길 김영환 이미경 심재권 임종석 의원 등이 파병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에서도 김홍신 안영근 서상섭 김부겸 의원 등이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의총에서 "국민적 공감대 없이 파병안을 처리하는 것은 문제"라며 "유엔결의조차 받지 못한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국군을 보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도 의총에서 "국민의 80%가 전쟁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전에 파병할 경우 전범국가가 될 우려가 있다"며 파병을 반대했다. 그러나 파병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북핵문제를 다루는데 한·미공조는 필수적"이라며 파병에 찬성입장을 보였다. 같은 당 김광원 심규철 박원홍 김용균 의원 등도 파병의 불가피성에 동조했다. ◆청와대측 입장=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문제를 논의하는데 명분과 논리도 중요하지만 이런 외교적 사안은 현실적 상황인식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의 제1순위 국익인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어떤 전략적 선택이 바람직한지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민의 의식이나 미국인들의 정서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과의 협력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다만 미국이 하자는대로 하는 것이 우호는 아니며 적절한 긴장아래 제어하면서 하려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점"이라고 이라크전 지지담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종호·김동욱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