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정부의 이라크전 대응 조치를 잇달아 비난하면서 이달 말 예정됐던 남북회담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초기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잇따른 대남 비난=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북측 박창련 위원장은 22일 "남조선 당국이 이라크전을 구실로 '데프콘 2'라는 위험천만한 초경계 태세를 선포한 것은 온 겨레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오는 26일부터 평양에서 갖게 돼있는 북남경협분과 제2차회의와 해운협력 제3차접촉을 부득이 미루게 됐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지난 20일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한 '말 실수'를 빌미삼아 회담일정을 연기한 것. 송 대변인은 당시 '워치콘'과 '데프콘'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채 대북경계 수위가 높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당일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서 "대북 경계수위에서 변한 게 전혀 없다"고 바로 잡았다. 남측은 '데프콘 2'조치를 취한 바 없다며 회담연기를 철회하라고 북측에 촉구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이날 통일부가 지난 20일 북한이 한반도의 안정을 저해하는 어떠한 추가적 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데 대해 "반민족적 매국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지난 21일 남측의 이라크전 대응조치를 비난한 바 있다. ◆남북관계 경색되나=북한은 지난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전쟁 당시"(남측지역에) 전군 비상경계령이 내려질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예정된 남북당국간 회담을 중단시킨 바 있다. 이같은 전례로 볼때 북측의 이번 조치는 내달 10차 장관급회담과 5차 경협추진위원회 회의개최 거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당분간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보이며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이 회담의 중단이 아닌 연기를 주장한 것은 이라크 전황을 봐가며 남북교류를 속도조절하겠다는 성격이 짙어 경색국면이 장기화될지는 미지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