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기지' 한.미 연합 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Foal Eagle)에 참가중인 미 항모 칼빈슨호의 작전모습을 보고 느낀 소감이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21일 한국 해군과 동해상에서 연례적인 방어훈련의 일환으로 합동작전을 펴고 있는 칼빈슨호 훈련모습을 내.외신 취재진에 공개했다. 취재진은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서 C-2 함재수송기에 오른지 1시간여만에 동해상에 떠 있는 칼빈슨호 갑판에 발을 내려 놓았다. 갑판에 내렸을때 비교적 높은 파도가 선수에 부딪쳐 부서졌지만 거대한 선체 때문인지 흔들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하와이 해역에서 훈련중 서태평양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안내를 맡은 스콧 밀러 소령은 "우리는 항상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문을 연 뒤 칼 빈슨호를 간략히 소개했다. 칼빈슨은 미 해군의 3번째 니미츠급 항공모함(9만5천t)으로 핵 연료로 움직인다. F-14D 전투기(톰캣), F/A-18C 전투.공격기(호넷), S-3B 공중급유기(바이킹) , E-2C 조기경보통제기(호크아이), EA-6B 전자전기(프라울러), SH-60 대잠헬기(시호크)등 약 75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순양함, 구축함, 고속전투지원함, 잠수함 등으로 항모전투단을 구성한다. 총 38억 달러를 투입해 1975년 건조가 시작됐고, 군사력 건설에 기여한 칼 빈슨의원의 이름을 따 1980년 진수된 지 2년만인 82년 3월 실전배치됐다. 최고속력은 30노트(54㎞) 이상이며 선체 길이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높이와 맞먹는 333m, 폭은 77m, 넓이는 1만8천207㎡(5천500평)에 달한다. 상주인원 5천200여명에 제과점, 이발소, 교회, 병원, 도서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고 하니 `작은 기지'로 불릴 만하다. 칼 빈슨은 9.11 테러사태로 2001년 10월 시작된 아프간 전쟁때 첫 공격을 주도하는 등 대테러 전쟁당시 4천200차례의 전투출격을 맡았다. 기름 냄새가 진하게 퍼져 있는 갑판 등을 둘러보는 동안 F-14 전투기 등이 쉴새없이 굉음과 함께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대포알처럼 창공으로 치솟는 모습이 목격됐다. 밀러 소령은 "활주로를 모두 가동하면 30분 이내에 75대의 함재기를 모두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궁금증은 100여m에 불과한 활주로에서의 이.착륙법으로 쏠렸다. "비행기가 뜨려면 시속 200㎞ 이상이 돼야 하고 이 정도로 가속하려면 활주로 길이가 1㎞는 돼야 합니다. 2초안에 시속 200㎞로 가속하는데는 고압스팀을 분사해 항공기를 밀어주는 가속보조장치가 쓰입니다" 10년간 F/A-18 전투기를 조종했다는 제시 킹 중령은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이 가능한 것은 투석기 원리를 응용한 사출기(캐터펄트) 때문이라며 착륙때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고 했다. 활주로 초입에 설치한 4개의 당김줄(Arresting wire)로 시속 200∼300㎞의 속도로 착륙하는 항공기를 2초만에 잡아 끌어 정지시킨다는 설명이다. 항모에서의 이착륙은 고도의 조종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항모 탑재 전투기조종사가 되려면 항모 모형의 활주로에서 200번 이상 이착륙 훈련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칼 빈슨 항모전단장인 에반 M. 채닉 해군 소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한국군이 잘 훈련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연합작전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칼 빈슨을 둘러보면서 대양해군을 꿈꾸는 우리나라는 언제쯤 항공모함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동해상=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