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 시작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무런 대외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과 이라크는 아직 미수교 상태이지만 `반미(反美)'라는 감정적인 공감대를갖고 있어, 두 국가는 정부당국 차원에서는 물론 민간차원에서도 긴밀한 유대감을표시해왔다. 특히 북한이 줄곧 "이라크전은 조선전쟁의 예비전쟁이 될 수 있으며 미국이 이라크를 하루빨리 평정하고 우리 공화국(북)을 압살해보려 하고 있다"고 경계감을 표시해 온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침묵'은 다소 의외로 분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핵문제로 미국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으로선이라크전과 관련, 실익이 별로 없는 대미 비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당분간 관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의 대내외 언론매체인 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조선중앙방송.평양방송 등은 이라크전이 개시된 지 수시간이 지나도록 관련 보도를 일체 하지않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 개전과 동시에 국방부와 합참이 이날 낮 위기조치반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경찰청도 테러에 대비, 국내 미국 관련 시설에 경찰병력을 증강배치하는 등 24시간 비상경계에 들어감에 따라 북한도 상응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01년 10월 아프간 전쟁 전례로 볼때, 경우에 따라선 북한이 새달예정된 제10차 남북장관급 회담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를 연기하거나 무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이라크전을 마무리한뒤 북핵문제에 나선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미국의 대외전략"이라면서 "따라서 북한은 이라크전쟁 추이를 관망한 뒤 입장표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은 전쟁이 단기간에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경우 또는장기전으로 갈 경우에 입장을 달리 할 것"이라면서 "특히 미군이 이라크군의 거센저항으로 주춤거린다면 핵문제와 관련,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대사는 지난 19일 일본 모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재처리) 징후가 있다"면서 "북한이 핵재처리 시설을 가동할 경우 미국은 이를 최종적인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라크전이 단기적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 행정부가 `금지선(Red-line)'으로 여기는 핵재처리 카드를 쉽사리 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