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EU 순번 의장국인 그리스는 20일 오후 7시(한국시각 21일 오전 3시) 정상회담이 공식 개막된다고 19일 발표했다. 이번 회담은 매년 봄철에 열리는 정례회담으로 경제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 관례이나 이라크 전쟁 위기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라크 위기로 인해 연기설이 나돌았던 이번 회담은 이라크 전쟁에 대해 극심한 이견과 갈등을 노출했던 EU 회원국 정상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돼 이들이 이라크 문제에 관해 어떤 입장을 내세울지 다시 한번 주목된다. 콘스탄디노스 시미티스 그리스 총리는 공식 초청장에서 "이라크 사태가 당초의 회담 계획을 바꿔놓았다"며 "이라크 문제가 압도적인 국제 의제로 떠오른 만큼 무엇보다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정상회담 개막 후 실무만찬에서 이라크 문제를 주로 논의하고 21일에는 예정대로 경제 회복 및 성장, 회원국 재정 적자, 리스본 의제 등 경제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실무만찬에는 정상들뿐 아니라 외무장관들이 참여해 이라크 위기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제시할 예정이다. EU 회원국 중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은 이라크 전쟁에 강력히 반대한 반면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이라크 위기는 EU가 추구하고 있는 공동외교의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유엔의 이라크 2차 결의안 상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재격돌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리스는 EU 회원국들이 이번 회담에서 이라크 위기에 관해 공동입장을 표방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이라크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 일부 분야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U가 회담 이틀째 논의할 주요 경제문제는 지난 2000년 채택된 리스본 선언 후속조치로 이 선언은 EU를 오는 2010년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불황 장기화, 이라크 위기 등으로 EU의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다수 회원국들이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인해 뾰족한 경기부양 수단이 없어 경제분야 논의도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