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법 공포로 민주당내 갈등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측과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당론인 `조건부 거부권'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신주류측에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공세의 칼날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이들은 오는 17일 당무회의에서 신주류측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을 공식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당내 갈등이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주류측의 한 의원은 "신주류 지도부는 당론을 관철시키지 못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14일 의원총회 직후 청와대를 방문한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김원기(金元基)고문,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을 겨냥했다. 다른 의원은 "캄캄한 밤중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대야협상 라인이었던 정균환(鄭均桓) 총무를 배제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신주류측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신주류측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해법 마련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신주류측은 지난 대선이후 신.구주류간에 형성된 냉기류가 이번 특검법 공포를 기화로 당내 분란으로 이어지면서 당운영과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한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또 당장 내주부터 논의할 당 개혁안이 표류하면서 그동안 느슨했던 당체제 정비가 더욱 늦춰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신주류측 주도로 마련된 개혁안을 `인적청산용'으로 간주해오던 구주류측과 개혁안 세부내용을 놓고 곳곳에서 이견이 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주류측 인사는 "이제 당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할 것"이라며 "개혁안이고 무엇이고간에 다 물건너 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대철, 김원기, 이상수,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 등 신주류측 핵심인사 4명은 15일 오전 시내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당내 상황과 정국의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이와 관련, 신주류측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현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론 이번 갈등의 돌파구로 정 대표 등 현 지도부 사퇴가 가시화되면서 신주류측이 주장하는 임시지도부 구성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주류측의 한 인사는 "(대통령의 결정에)섭섭하고 유감스럽겠지만 대북송금의 진상을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도 있고 하니까 이를 묵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당이 화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승현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