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특검법거부권 행사여부를 놓고 14일 오후 늦게까지 최종 입장을 조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와대측은 전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난상토론에서 "특검법을 거부할 수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처음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나라당의 반발이 예상돼 자칫 정치불안이 경제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14일 오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기류가 반전됐다. "특검을 시행하면서 단점을 보완해 나가자는 한나라당측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관련 기업이 받게 되는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 따라 문희상 비서실장,유인태 정무수석 등은 여야 지도부와 잇따라 접촉,막후조율에 나서는 등 막판타협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작전도 병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특검 절대불가' 입장에서 하겠다는 쪽으로 바뀐 것 아니냐"면서 "그쪽(한나라당)도 혹시 있을 수 있는 국내 불법자금조성을 알아내는 게 더 큰 것이 아니냐"며 압박을 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야가 사전에 특검법을 수정한다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특검법을)받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여야간 협상에 따른 원만한 해결을 기대했다. 청와대는 이날 한나라당이 한때 "추후 협상여지가 있다"며 타협가능성을 열어 놓자 특검법안 처리를 위한 국무회의를 오후 3시에서 5시로 연기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잇따른 여야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 발표라는 정면돌파 카드를 제시하고 나섰다. 특검법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국민들의 양해를 구하겠다는 의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