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12일 청와대에서 약 1시간30분 동안 회동을 갖고 경제문제, 대북정책, 북핵사태등 국정현안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동에서 관심을 모은 대북송금 특검법 문제는 막판에 5분 가량 짧게 논의됐으나 특검법 수정에 관한 여야 협상문제 등 핵심사안들은 모두 다뤄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0...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오전 11시 50분께 본관현관 앞에 도착, 청와대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으로부터 "오시느라고 고생 많았다"며 영접을 받았다. 대기실에서 박 대행은 "오늘 메뉴는 좋은가"라고 말해 웃음을 유도하면서 "비서실장 자주 하다 보면 본인이 (대통령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문 실장에게농담을 건넸고 이에 문 실장은 "생기는 것 없이 바쁘기만 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박 대행이 주변에 비치된 백제 향로 모조품을 보고 환담하다가 "아주 뛰어난 작품이다. 저런 것 선물 안하나"라고 또 농담하자 문 실장은 "준비하겠다"고 받았다. 박 대행은 엄지와 검지로 동전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옛날엔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면 바로 돈을 준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 했고, 문 실장도 "두 분만 독대하면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구태정치를 짚었다. 문 실장이 "독대하면 그래서 항상 뒷말도 많았었다"며 "YS 시절 이기택(李基澤)당시 대표와 영수회담을 하면 사전에 1안, 2안, 3안식으로 사전 조율했다"고 회고하자 박 대행은 "옛날엔 다 만들어놓고 형식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첨언했다. 또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이 유인태 수석에게 "이제 적응이 좀 되느냐"고 묻자 유 수석은 "아직 비몽사몽"이라고 응수한 뒤 "대통령이 원래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영접하려 했는데 총리의 추가 보고가 있어서 그렇게 못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0...담소를 마친 뒤 이들이 오전 11시58분께 오찬장인 백악실로 이동하자 노 대통령은 복도까지 나와 "어서 오십시오"라면서 크게 환대했다. 박 대행이 먼저 "바쁘신데 시간 내줘서 고맙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여야관계를 대결적으로 가지말고 서로 손잡고 협의하며 국정운영을 하고 여야가 초당적으로협의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진작 모셨어야 했는데 늦었다"고 예를갖췄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지만 지난 1월 우리 당사까지 오셨으니 이번엔 우리가 방문하는게 예의 아닌가 싶어왔다"는 박 대행의 말에 "여러 부담스런 일들이 많지만 오늘은 어려운 말씀 안드리겠다. 말씀 많이 듣겠다"고 `듣는 회담'을 강조했다.그러자 박 대행은 "어이구, 소화 걱정 안해도 되겠네요"라고 받았다. 이어 박 대행은 "1, 2년 아는 사이도 아니고 법조계는 외람되지만 제가 선배"라고 말하고 "그러나 국회는 13대 동기인데, 대통령은 저보다 먼저 되셨다"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뒤 "벌써 안 지가 20년이 넘어 눈감고 보더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가 지역구인 김영일 총장은 "동향으로 잘 도와드려야 하지만 야당 사무총장이라서 괴로울 때가 많다. 고향에 관한 것은 저한테 넘기라"면서 "형님한테 지역구 민원은 지역구 의원에게 넘기라고 말씀 해달라"고 뼈있는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아니니 다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민영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