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 등 지도부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갖고 대북송금 특검법, 경제불안 대책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청와대 송경희(宋敬熙),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의 발표로 재구성한 주제별 회담 대화록. ◇대북송금 특검법 ▲노 대통령 = (국내가 아닌) 밖의 것은 막도록 여야가 합의해 달라. ▲박 대행 = 특검은 어차피 국내에서만 조사하도록 돼 있다. 북한에는 못간다.특검법을 공포하면 변협에서 능력과 경륜, 국가관, 양심과 인격이 있고 국익을 아는분 가운데 두분을 추천한다. 그 중 한분을 선임하면 된다. ▲노 대통령 = 문제는 제도다. 법이 공포되면 자의로 수사중단을 하지 못한다.조사를 하게 되면 누구를 만나고, 중국에서 누구를 만나고 한 것을 조사하다 보면외교문제로 번지게 된다. 국내에서의 범죄행위는 뻔하죠. 그런데 미주알 고주알 나오면 골치 아파진다. 자금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사람까지 철저하게 밝히되 외교적 문제를 감안해 여야가 협의하는게 좋지 않겠나. ▲박 대행 = 북한 관계를 조사하지 않으면 규명이 안된다. 특검의 법적 의무와양심에 맡기고 시급한 경제문제를 토론하자. ▲노 대통령 = 북한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문제는 형사소추를 하지 않도록 명기하자. 14일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내일 민주당과 한줄만 만들어 주십시오. ▲문희상 실장 =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해 달라는 말이다. ▲노 대통령 = 대북거래에 관한 부분은 조사와 소추에서 빼달라. ▲문 실장 = 한나라당에서 성명이나 하나 내주셨으면 좋겠다. ▲박 대행 = 수사 대상은 정상회담 직전의 3건의 송금사건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5억달러를 대출받아서 2억달러만 송금하고 정상회담 직전의 3억불은 행방이 묘연하다고 했다. 5년내내 했던 대북송금을 밝히라는 것이 아니다. ▲노 대통령 = 하도 펄펄뛰니... ▲박 대행 = 이상하지 않은가. 왜 특검을 못하게 하는 것인가. 더 이상하다. ▲유인태 정무수석 = 민주당이 특검 자체를 거부하다 요즘 변화 기류가 있다. ▲박 대행 = 거부권 정국으로 가면 예측불허다.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법안심의나 정부 정책을 힘껏 돕겠다. 농촌문제도 어렵고...대통령은 평야지대에서 났으므로크게 정치할 것으로 본다. ◇경제불안 대책 ▲이상배 정책위의장 = 기업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충격을 최소화해달라. 외국투자기업 900개를 세무조사한다는 보도가 외국투자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대행 = 우리는 흔히 `개혁=사정=처벌'로 보는 경향이 있다. 개혁은 제도와관행을 고치는 것이다. 외국인 기업만 세무조사 한다는 발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노 대통령 = 나도 대통령 돼서 기분좀 내려고 하는데 왜 초장부터 기분을 망치느냐고 물었더니 공정거래위측 얘기가 하나씩 하면 표적수사라고 해서 매년초 1년간 계획을 발표하는데 그 일환이라고 하더라. 이미 조사한 것을 말릴 수도 없고 표적수사 의도가 없다는 얘기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박 대행 = 다음 차례가 삼성이나 두산그룹이라는 얘기가 있다. ▲노 대통령 = 그런 소문이 어디서 나느냐. 새로 짜여지는 검찰 지휘부에서 그런 순서를 짰을 리도 없지 않는가. ▲박 대행 = 경제지표가 나쁜데도 대응이 민첩하지 못한 것 같다. 경제관료들은문제를 제기하면 꼭 핑계를 댄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순환국면의 문제가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다. ▲노 대통령 = 한번 더 챙겨보겠다. 저도 걱정이다. ▲김영일 총장 = 혁명은 남을 쓰러뜨리는 것이고 개혁은 자기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 하고 싶은 일이 많겠지만 정치개혁보다 민생경제를 챙기는게 더바람직하다. ▲박 대행 = 한미관계 3원칙에 의해 한미공조를 공고히 해 달라. 미군철수 문제는 논의 자체만으로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노 대통령 = (홍보수석에게) 4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연설을 하도록 준비해 달라. ▲박 대행 = 내일 여야정 경제.정책협의회가 열린다. 여야가 머리 맞대는 것 자체가 국민을 안심시킨다. 우리 당은 4월에 경제법안, 정부정책을 뒷받침하는 정책을펴겠다. 새정부를 힘껏 돕겠다. ▲노 대통령 = 검사들이 밀실인사, 검찰장악이라고 얘기해서 공개토론을 하자고했다. 검사들이 안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받아들여서 걱정됐다. 비공개를 생각했었는데 방송일정이 있어서 공개토론을 한 거다. 검사들이 그렇게 독한 마음을 먹고 나올 지 몰랐다. 참기 힘들었다. 수평적 리더십을 얘기했는데 막상 그런 자리에 가니까 아주 힘들었다. 강금실 장관에게 토론을 맡기고 거들기만 했는데 장관이 봉변을 당하는 것을 보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검사들이 작전을 잘못짜서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내가 좀 덕을본 것 같다. 대통령 취임한 이후에 검찰에 전화 한 통화도 못했다. ▲박 대행 = 4월 국회에서 대통령이 연설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달라. 좋은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청와대에도 봄이 오고.. ◇대구참사.지방경제 등 ▲김영일 총장 = 대통령은 큰 정치를 하고 소소한 일은 책임총리에게 맡기는 게좋다. ▲노 대통령 = (웃으면서) 총선 공약으로 반드시 거쳐야 할 프로세스다. ▲박 대행 = 대구지하철 참사와 관련해 우리당 의원들이 연명한 건의문을 갖고왔다. 대구경기가 파탄나고, 밀라노 프로젝트 등 각종 의욕적인 사업이 전부 부진하다. 지하철 이용인구가 80% 감소했다고 한다. 잘 챙겨달라. ▲노 대통령 = 대구 섬유박람회 등등 최선을 다해 챙기겠다. ▲이상배 의장 = 대구참사로 인한 실종자, 부상자, 장애인 문제가 심각하다. 지하철 주변 상가의 피해가 많다. 지방에 있는 지하철 부채를 부산의 경우처럼 국가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달라. ▲노 대통령 = 지방경제가 참 큰일이다. 오늘 기획예산처 업무보고에서도 절반이 지방경제 문제다. 획기적 대책이 있어야 되겠다. ▲이상배 의장 = 국세와 지방세 문제도 문제가 많다. ▲노 대통령 = 국세청이 세금을 징수해 지방에 교부해 주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박 대행 = 북핵문제로 국민 불안이 많다. 야당이 협조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를 해달라. ▲노 대통령 = 한꺼번에 다 바로잡기는 어렵지만 국정원과 청와대가 뒷문으로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례보고도 없애 버렸다. 국정원 정보는 아주 중요한 것만 챙긴다. 예를 들면 경제 국회 외교 안보 등이다. 문건만 수석실로 보낸다. 신상우 전 의원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하면 청와대와 친하겠다고 의심을 받지 않겠느냐. 좋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 박 대표님과 가까운 분 중에 좋은 사람이있으면 추천해 주십시오. 선거때 동북아 계획 등 여러가지를 짰는데 사실 껍데기 밖에 없다. 국정원이 이런 부분에 대한 도움을 줘야 한다. (검찰과 관련) 검찰은 이번에 꽉꽉 쥐었는데 과거 3년이 지나니 모든 비리가 검찰에서 나오더라. 나는 가까이 하지 않겠다. 검찰과 공정거래를 하겠다. 부당내부거래는 하지 않겠다. (SK수사 관련) 김진표 부총리와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서로 SK 수사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협의한 뒤에 대통령과 의논하지 않고 검찰에 `발표시간만 늦춰줘도 경제충격이 적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단다. 그러나 수사검사가 발표시기를 조절할 수없다고 했단다. 이후 업무보고차 검찰총장이 들어와서 처음 만났다. 정책을 가지고 앞으로 대결하자. (배석자에게) 야당이 반대할 법안을 한번 만들어봐라. ▲박 대행 = 서로의 정치 상품을 갖고 누가 더 잘 파는지, 어떤 상품이 인기가있는지 경쟁해서 우리 정치를 한단계 높이자.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김병수 고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