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재 등 자민련 지도부간 11일 만찬회동에선 특검법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김종필 총재는 접견실에서 노 대통령이 입장하기전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특검법을) 받고서 국회의원 뜻 존중해 주고 내용을 나중에 조정하면 돼.받으라구"라고 훈수하면서 문 실장의 엉덩이를 툭 쳤다. 이에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이 "(민주당) 상임고문-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특검을 조금 수정해서 받기로 했다"고 하자 김학원(金學元) 총무는 "나중에 수정안을내서 통과시키는 방안이 있다"며 "일부 거부나 일부 수정은 안되기 때문에 과거에도일단 대통령이 받은 뒤 수정안을 다시 처리했다"고 과거 사례를 들었다. 유 수석이 "한나라당에서 당사가 누추해 (대통령을) 못 모시겠다고 하더라"고한나라당측의 `당사 회담' 거부 입장을 지적하자 김종필 총재는 "제일 좋은 당사를갖고 있으면서 왜 그래"라고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김 총재는 특히 일부 자민련 인사가 탁자위에 놓인 차를 마시려 하자 "(대통령이 자리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제지하고 노 대통령이 입장한다는 말을 듣자 자민련 인사들을 차례로 일으켜 세우는 등 깍듯하게 예우했다. 0...노 대통령은 접견실로 들어서면서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고 차례로 악수하면서 해양수산장관을 지낸 정상천(鄭相千) 부총재와 정우택(鄭宇澤) 정책위의장에겐 "제 전임장관과 후임장관이 다 여기 계시네요"라고 인사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비서들과 항상 함께 일해야 한다고 해 비서실 한쪽의 낡고 조그마한 곳에 지내려다 억울해 이걸(본관) 개조하려고 전문가에게 보였는데 엄두가 안나 천상 내가 보따리 싸서 비서실 가까운 곳으로 가야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이 대통령이 본관에 고립된 채 국민 목소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류가 생긴다는 것을 확고하게 신념처럼 믿고 있다"면서 "비서실장은 아래층에 있고 여기는 부속실, 의전실 일부, 연설 만드는 사람하고 상황팀 1명하고 가까이있다. 즉시 불러서 지시하려고..."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잠시 담소후 김 총재 등과 함께 만찬장으로 이동한 노 대통령은 "진작 찾아뵙고인사도 드리고 여러 국정에 관해 도움말을 청하고 싶었는데 여러 정치적 해석이 따라다닐 수 있어 미처 찾아뵙지 못했다"고 예를 갖췄다. 이어 "북핵문제, 이라크 문제 그 자체도 판단이 어렵지만,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고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한 국내정치의 갈등 요인 등 요즘 여러 어려운 문제에부닥쳐 있어 상의드리기 위해 찾아뵈려 했으나 초청해도 결례가 안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좋은 말씀'을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 대선 막바지에 어려운 상황에서 김 총재께서 반대편에서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나중에 보니 은근히 저에게 힘이 돼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사의를 표했다. 0...노 대통령과 김 총재의 이날 만찬회동은 건배와 박수가 이어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한식과 중식을 곁들여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 정상천 부총재가 "곤드레 만드레"라는 구호로 건배를 제의하자 김 총재가 "내가프랑스를 방문, 외무장관 초청만찬때 `한국에서는 건배구호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길래 `곤드레 만드레라고 한다'고 말했다"면서 "이 말이 프랑스에선 '콩뜨레 망뜨레'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꼰드레 만드레'라고 한다"고 설명, 웃음을 유도했다.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특검법 처리를 비롯, 북핵문제와 한미관계, 경제문제 등 국정현안 전반이 테이블위에 올랐다. 김 총재는 회동에서 한미공조를 통한 북핵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경제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비록 당세는 약하지만 국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국정운영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 총재는 또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국민에게 직접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과 각당 대표들과 주기적으로 회동, 국정전반을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총재님의 조언을 충분히 인식해 국정에 반영할 것"이라며 "시장개혁의 속도와 범위를 조절하면서 기업인들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답하는등 김 총재의 제안에 대체로 공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검찰의 SK그룹 수사에 대해 "나에게는 상당한 악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자민련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저도 정치를 하면서 찬밥을 하도 먹었기 때문에 소수파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다"면서 자민련을 국정운영의 한 파트너로 대우하겠다고 약속했다. 특검법과 관련,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신뢰 등을 거론하며 국내문제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앞으로 남북문제는 여야협의와 국민동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으나 라종일(羅鍾一) 국가안보보좌관의 베이징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하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전협의까지 밝히라는 것은 남북관계를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미간 이견노출에 대해 "우리정부는 대미정책에 있어서 하나도 변한게 없으나 9.11 참사 이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시각이 바뀌다보니 한미간에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고 설명한 뒤 "한미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다짐했다. 또 김 총재가 "만일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전투병력이 아니고 수송.의무병 지원을 요청해올 경우 우리나라 능력범위내에서 지원을 고려해달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현재 정부에서 그렇게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회담후 노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김 총재 일행을 배웅했고 김 총재는 지난해 1월말 DJP 회동후 1년 2개월만에 찾은 청와대를 비교적 흡족한 마음으로 빠져나왔다고자민련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이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민영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