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의 개성공단 착공식 연기방침에 현대아산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애를 태우고 있다. 개성공단 착공식은 당초 작년말까지 가지려 했으나 당시 북한군과 유엔사간 민간인의 군사분계선 통행문제에 걸려 무산됐으며 그후 임동원 전 대통령 특보가 방북,북측과 2월중 착공을 합의하고도 아직까지 착공식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과 조선아태평화위는 착공식 준비가 모두 완료된 만큼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착공식을 갖자는 입장인 반면, 토공은 기왕 늦어졌으니 모든 것이준비되면 하자고 맞서고 있다. 토공 관계자는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인 100만평에 대한 설계가 아직 진행중이어서 이를 마치고 착공식 등 일정을 협의하자는 게 토공의 입장"이라면서 "설계작업은이달말께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개성공단 착공식은 빨라야 3월하순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대아산은 "착공식은 단지 공사를 시작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설계작업이 진행중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남북교류협력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북측도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 개성공단 착공식 조기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리종혁(李種革)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2일과 24일 평양 보통강 호텔에서 방북한 남한 역사학자 대표단,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금강산 육로관광이 그간 닫혔던 민족의 혈로를 뚫었다면, 개성공단 착공은 남북 경제협력사업의본격화를 의미한다"며 개성공단 조기 착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 부위원장은 또 "(공동사업자인) 한국토지공사가 착공식 일정을 늦춰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는 빨리 착공식을 가져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시작됐음을 선포하고 공업지구관리기구 구성, 건설사업 등을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1월말 현재 현대아산에 개성공단 입주를 신청한 국내외 기업은 업종별로섬유 192곳, 의류 186곳, 기계.금속 143곳, 전기.전자 87곳 등 모두 912개 업체다. 현대아산은 토공이 올해말까지 1단계 조성사업을 마치면 곧바로 이 업체들을 입주시킬 계획이지만 착공식이 늦어질 경우 입주지연도 불가피하다. 토공의 착공식 연기 배경과 관련, 통일부 안팎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토공이 건설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토공스스로 착공식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진전이없는 한 새로운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착공시기를 늦추고 있는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자도 "착공식은 사업자간에 결정해야할 문제"라며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는 달리 사업성을 이유로 토공이 공사참여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착공식은 곧 자금투입을 의미한다"며 "북한의 인프라 여건으로볼 때 개성공단 조성사업의 사업성이 그리 밝지 않는데다 북핵문제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어 토공으로선 가능하면 착공식을 미뤄 사업 참여를 늦추고 싶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