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첫 경제팀은 거시경제와 산업 부문에 안정적인 경제관료와 기업인을, 노동과 농림 복지 등 사회부문에 개혁적인 인사와 정치인을 포진시켰다. 경제관료를 통해 '성장'을, 정치인과 개혁성향의 인물들을 통해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이 그대로 드러난 인사라는 평가다. 경제팀은 앞으로 전문성과 젊은 패기를 앞세워 개혁과제들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이라크 전쟁 위기와 북한의 핵개발 파문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국내경기마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젊어진 경제팀 새 경제팀 수장인 김진표 경제부총리(56)는 행시 13회로 함께 임명된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10회)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12회)은 물론 아직 임기가 남은 이근영 금감위원장(6회)과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7회)의 고시 기수 후배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13회)만이 행시 동기일 뿐 경제팀 내에 그의 '고시 후배'는 없다. 젊은 부총리가 연공서열 관행에 익숙해 있는 선배 관료들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관심이다. ◆ 거시경제.산업정책은 경제관료에 위임 거시경제와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경제부처에는 전문관료를 집중 배치하고 분배와 형평성이 중시되는 부처에는 개혁인사들을 임명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 장관(부총리)과 기획예산처 장관, 부처간 업무조정을 맡고 있는 국무조정실장,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자부와 건교부 장관은 모두 재무부.기획원 출신이 차지했다.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성장을 중시하는 산업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정보통신부 장관에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 출신으로는 김대중 정부에서 발탁된 남궁석 삼성SDS 전 사장에 이어 두번째 정통부 장관이다. 농림부 보건복지부는 정치인이 장관으로 왔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농고 출신의 4선의원으로 15년동안 농림해양수산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한간호협회장을 지내면서 복지부와 관계를 맺어왔다. 두 사람은 '농산물시장 개방'과 '건강보험 재정통합'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과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개혁성향의 학자들이다. ◆ 경기침체속 '우울한 출범' 노무현 정부의 첫 경제팀은 불황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를 살리는데 힘을 쏟아야 할 처지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이 임박해 있고 북한의 핵개발 위기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물 경기마저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경제성장률 5%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투자를 회복시키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이 새 경제팀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노 대통령이 안정 위주의 거시 경제팀을 꾸린 것도 경기회복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제팀은 장기적으로는 청와대 정책실과 함께 경제개혁 조치들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 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운용 철학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곧바로 기업과 금융시장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