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에 따라 중단했던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이 26일 밝혔다. 북한의 군사동향에 정통한 2명의 미국 관리는 북한이 지난 25~26일 사이 영변의 5MW(메가와트)급 원자로를 재가동했으며 이는 일년 내에 몇 개의 핵무기를 더 생산할 수 있는 조치라며 우려했다. 이같은 사실을 알린 관리들 중 한 명은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 조치는 핵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하는 것보다는 덜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조치가 미국을 압박하고 핵개발 계획을 계속 추진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보여주는 심각한 일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미국 관리는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이 "심각한 조치"라면서도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해 12월 말부터 사용후 핵연료봉(폐연료봉) 8천여개를 영변 원자로로 이동시켜 원자로 재가동을 준비해왔으며 1~2개월내에 원자로를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미 당국은 북한이 현재 8천여개의 폐연료봉을 이용해 몇 개월 내에 5~6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원자로 재가동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취임 하루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던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5일 귀국길에 미국은 북한의 핵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은 그 때까지 원자로나 재처리시설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과 산케이(産經)신문도 27일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복수의 일본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도 한반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봉인을 철거한 영변의 실험용 흑연 감속로를 재가동했다고 전했다. 일본정부는 이와 관련, 베이징(北京) 대사관 등을 통해 북한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재가동을 중지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일본정부는 영변 원자로 가동이 미국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전술의 일환이며,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NHK는 27일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일본정부가 입수,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 베이징(北京)대사관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원자로 재가동을 즉각 중지할 방침이라고 신문들은 전했다. (워싱턴.도쿄=연합뉴스) 김성수.김용수 특파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