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취임연설에서 대북정책과 관련, ▲대화 해결 ▲신뢰.호혜주의 실천 ▲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한 원활한 국제협력 ▲국민참여 확대와 초당적 협력이라는 '평화번영 4원칙'을 천명하고 나섬으로써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아무런 논평 없이 신속히 보도했으나 새 정부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북한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과거 그 어떤 정권보다 '기대감'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대통령 당선은 물론 취임에 이르기까지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방송들은 대통령 선거 이틀만인 지난해 12월 21일 노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보도하면서 "이것은 온 민족의 염원이 반영된 6.15공동선언을 반대하고 반공화국 대결을 고취하는 세력은 참패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신신보는 노 대통령의 당선은 "외세와의 공조가 아니라 민족공조로 나갈 수 있는 미래창조의 발판을 닦았다"며 "북과 남이 민족의 현실에서 출발한다면 공통의 인식을 가지고 보조를 맞추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반응은 지난 88년 노태우 대통령, 93년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98년 김대중 대통령 당시의 신중한 태도와 비교된다.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북한이 눈에 띄게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민족공조'다. 박의춘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해 말 러시아의 소리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민족공조를 우선시 하는 사람과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며 "노무현과도 이러한 원칙에서 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공식적인 반응을 유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북한의 입장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조선신보는 새 정권의 대북정책 등을 소개하며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지난 1월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고 강조한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여론 지지 받는 통일정책-출범하는 노무현 새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통일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이 신문은 지난 19일에는 노 대통령의 측근 인물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렸던 제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한 북측 수석대표인 김령성 내각 책임참사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만날 용의를 표할 경우 만나겠다"고 밝힌 것도 노무현 정부에 대해 북한측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