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5일 고 건(高 建) 총리 지명자 임명동의안과 대북송금 특검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막판 대치를 계속했다. 여야는 오후로 예정된 본회의에 앞서 두 차례 총무회담을 갖고 절충을 시도했으나 한나라당의 '선(先) 특검법안-후(後) 총리인준안 연계처리' 방침에 민주당이 '총리 인준안을 먼저 처리한뒤 특검법은 26일 이후 논의하자'고 맞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축하연이 끝난뒤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기로 하고 막후 협상을 계속했으나 여야간 입장차가 워낙 커 본회의가 제대로 열릴지 불투명하다. ◇민주당=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총리인준안을 먼저 처리한 뒤 특검법처리 문제는 26일 이후 논의하자"는 분리처리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한나라당은 연계처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5년전 과다름없는 `국정 발목잡기'이자 `낡은 정치의 전형'"이라면서 "총리 임명동의안은 오늘 통과시켜야 하며 특검법안은 대화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우리는 (특검법안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의도는 없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정치로 풀어가자고 한나라당에 호소한다"면서 "두 가지를 연계하는 것은 `국정 발목잡기'이자 정치공세로 국민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총에서 대다수의 의원들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으며, 정균환(鄭均桓) 총무도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와의 접촉에서 이같은 분리처리론을 주장하며 설득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특히 이만섭(李萬燮) 김원기(金元基) 김상현(金相賢) 의원 등 원로급 의원들은 의원 총회 도중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을 방문, 한나라당이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협조를 구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만섭 의원은 "제헌국회 때부터 인사안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관례"라면서 "특검법안은 내일 처리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정균환 총무도 총무접촉후 "오늘은 동의안만 처리하고 내일 의사일정은 내일 협의해야 한다"면서 분리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우리 당론은 인준안을 처리하고 차후에 특검법을 합의처리하자는 것"이라면서도 "저쪽에서 특검법안을 내일 처리하자고 하면 처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해 한나라당을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가졌으나 민주당측 절충안을 거부키로 하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민주당이 고 건 지명자 인준안을 먼저 처리할 경우 특검법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막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의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도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오늘 인준안을 처리해주면 내일 특검법안을 처리하는데 협력하겠다고 하는데 고민이다.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고 운을 뗐으나 이 총무가 "민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의사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국회법 원칙대로 안건을 처리하는데 훼방을 놓으면 민주당 책임"이라며 강공을 주문했고, 심재철(沈在哲) 의원도 "우리가 병역문제로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느냐. 총리지명자는 본인은 물론 아들까지 군에 안간 흠결을 갖고 있는 만큼 인준을 해줘선 안된다는 판단"이라며 특검법안 강행처리를 주장했다. 김용균(金容鈞) 의원은 "민주당에 두번이나 속은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 또 속으면 우리 당은 국민들로부터 바보 취급 당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우리가 정말 북한에 간 돈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화풀이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자"며 강공에 반대했고, 김영춘(金榮春) 의원도 "오늘은 새정부가 출범하는 날인 만큼 민주당 제안에 대해 성실하게 협상하는 모습을 보이고 4월에 해도 되는 것 아닌가"고 반문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의총뒤 "`선(先) 특검법안, 후(後) 인준안 처리'라는 당론에 따라 자유표결로 안건을 처리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정재용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