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 따뜻하고 밝은 정치를 해보겠습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오전 지난 6년간 거주했던 서울 명륜동 자택을떠나면서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이렇게 약속했다. 오전 9시51분께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집을 나선 노 대통령은 집 앞에서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주민 300여명과 악수를 하면서 이웃으로서 감회를 밝히고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직 수행을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즉석 인사말을 통해 "작별인사를 드리지만 영영 작별하는게 아니라잠시 작별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뒤 97년 4월27일로 이사날짜를 기억하면서 "꼭 6년전 이 집에 이사와 15대 보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짧은 해수부장관을 거쳐마침내 대통령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운동할 때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부산으로 내려갈 때도 눈문을 흘리면서 작별했다"고 감회에 젖어든 표정을 지은 뒤 "그래서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등산로 등 골목골목 정들지 않은데가 없다. 언제가이 마을 근방에 돌아왔으면 싶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하면서 이곳은 따뜻하고 밝은 기운이 흐르는 곳이라는 느낌이었고 그것은 여러분 마음 속에서 따뜻한 공기가 생산됐기 때문이고 선비들이 수양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함께 따뜻하고 밝은 정치를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종로는 기백이 있는 곳"이라면서 "종로의 기백처럼 동북아로,세계로 뻗는 우렁찬 기상으로 대한민국을 다듬겠다"고 말하고 "청와대로 가지만 여전히 가까운 이웃이니까 언제한번 초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잘 지내시고, (제가) 임기를 마치고 나서도 정다운 이웃으로남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여러분, 잘 하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을 마친 뒤 경찰통제선을 따라 서있던 주민들과 악수를 했고주민들은 환호와 함께 `파이팅 노무현', `5년동안 건강하십시오' 등을 외쳤다. 일부 주민들은 `혜화.명륜동 주민일동' 명의의 소형 플래카드에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초(初) 심(心)', `영원한 희망의 대통령으로'를 적어넣어 민심을 대변했다. 명륜3가에 사는 주부 김혜자(59)씨는 "인자하신 모습을 보러 왔다"면서 "서민들잘살게 해주고 화합하는 정치를 해주시면 더 바랄게 없다"고 희망했다. 앞서 노 대통령 내외는 주민 대표 4명으로부터 꽃다발을 선물받았고,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된 환송식을 마친 뒤 오전 7시부터 집에서 대기중이던 대통령 전용1호캐딜락을 타고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