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건설과 `개혁과 통합'을 통한 도약과 성장을 향후 국정운영의 양대 줄기로 삼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는 동북아 시대를 예고하고있고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있으며, 제2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서는 개혁과 국민통합이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자 이념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대북정책이나 한.미관계 등에 대해 자신의 고유한 `독트린'의형식을 빌리지는 않았지만 `대북 평화번영 정책'을 제시하면서 북핵 사태의 평화적해결과 한미간 호혜평등 관계의 발전을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노무현식 대북.외교노선'을 분명히 했다. ◇국정좌표 = 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 나갈것임을 천명했다. 또한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을 새정부 국정운영의 좌표로 삼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이는 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시절부터 줄곧 역설해온 `특권과 반칙의 시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돼야 한다'는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노 대통령의 각오와 다짐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우리의 역사를 `도전과 극복의 역사'로 규정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닥쳐있는 세계 안보정세의 불안, 이에 따른 대외경제 환경의 악화, 그리고 사회 내부의 불균형과 갈등이라는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을 호소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국민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면서 "그런저력으로 우리는 외환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벗어났고, 지난해에는 월드컵 4강신화를 창조했으며 대통령 선거의 모든 과정에서 참여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국정목표와 원리는 개혁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그가 새정부 청와대와 조각에서 개혁적 인물을 대거 발탁하거나 그렇게 할 것으로예상되고 있는 것도 향후 고강도 개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핵.한미관계 = 노 대통령은 현안인 북핵 문제와 한미관계에 대해 ▲대화 해결 ▲신뢰.호혜 주의 실천 ▲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한 원활한 국제협력 ▲국민참여 확대와 초당적 협력이라는 `평화번영 4원칙'을 토대로 대처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북핵 불용'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북한이 핵개발을포기한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이 원하는 많은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선(先) 북핵포기 후(後) 대북지원' 의사를 명확히 했다. 노 대통령이 대북지원과 북핵포기 설득을 병행하거나, 먼저 경제지원을 하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선 핵포기' 원칙을 취임사에서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지, 체제 안전과 경제지원을 약속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북측을 강도높게 압박하고 나선 것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근간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에 있음을분명히 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서는 안된다"며 `전쟁불사'라는대북 강경책에 반대입장을 확실히 했다. 또한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우리의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평가하면서 "우리 국민은 이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고 한미 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미동맹 관계를 `호혜 평등의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대북 문제도 `당사자 원칙에 기초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기존의 전통적 한미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