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침 금강산으로 향할 전세버스에 오르는 상봉가족과 친척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피난길에 실종된 아들 임동규(69)씨를 만날 남쪽의 어머니 김금남(96)씨는 귀가 어두워지고 요즘 정신이 다소 혼미해졌지만 소감을 묻자 "지금까지 아들을 보고 싶은 집념에 살아왔다"고 뚜렷이 말했다. 상봉단은 19일 밤, 집결지인 속초의 한화 콘도에서 50여년만에 가족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하룻밤을 보냈다. 상봉 가족·친척들은 19일 오후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대부분 집결시간 보다 일찍 숙소인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 별관에 도착했다. 일부 가족은 반세기만의 상봉에 들뜬 나머지 하루 전인 18일 속초에 온 경우도 있었다. 북측 윤상도(74)씨 남측 형제들은 평소 차멀미가 심한 96세의 노모(老母) 유순옥씨 건강사정 등을 헤아려 18일 속초에 도착, 가장 먼저 집결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력이 나빠 눈앞의 사물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유씨는 "상도가 어려서 이마 한가운데 함석에 긁힌 흉터가 있어 손으로 만져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50년동안 생이별을 했던 남쪽의 아내들은 평생을 수절하며 시부모를 모신 열녀가 대부분이었다. 북의 남편 김경수(77)씨를 만나는 동갑내기 아내 이임노씨는 남편이 남기고 간두 딸을 데리고 시부모님을 모시며 53년을 살아왔다. 남편이 재혼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각자 남쪽과 북쪽에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될 게 없다" 면서 "남편은 키와 코가 큰미남이라 지금 봐도 한눈에 알아볼 것"이라고 변함없는 부부의 정을 드러냈다. 북측 남편 김용진(78)씨를 만날 남측 아내 김후웅(79)씨는 3년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도 없는 홀몸으로 시부모를 공양해왔다. 지금도 90세 된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효부로 주위의 칭송을 받고 있다. 남편이 남기고 간 자식은 세 살 때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 북쪽의 아들과 딸을 만나게 된 남측 어머니들은 구순이 넘은 나이 탓에 대부분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살아서 자식을 만나게 된다는 기쁨에 밝은 표정들이었다. 지난 50년 영등포 방직공장에 근무하다 북으로 간 딸 송순영(71)씨를 만나는 노모 오매월(96)씨는 활달한 성격에 7남매의 둘째 딸로서 집안의 기둥역할을 했던 순영씨의 모습을 선명히 기억했다. 오씨는 "일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순영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새벽기도를 해왔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집결장소인 한화콘도에는 이산가족들의 접수와 안내 등 행사진행을 위해속초와 고성, 양양지역의 적십자 자원봉사자 160여명이 나와 이산가족들을 도왔다. 또 인근 터미널과 공항에 차량 25대와 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돼 이산가족들이 눈길속에도 순조롭게 방북길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했다. (속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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