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1:02
수정2006.04.03 11:03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 주재로 1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회동에선 여권의 기대와 달리 야당측의 '차단'으로 대북송금 해법이 논의되지 못했다.
회동에는 박 의장과 김태식(金台植) 조부영(趙富英) 부의장,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정균환(鄭均桓) 총무,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 권한대행과 이규택(李揆澤) 총무 등이 참석함으로써 교착상태인 대북송금 해법 마련에 물꼬를 트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 취임 축하가 회동의 명목이었지만, 국회와 여야 지도부가 모인 만큼 당연히 정국 최대 현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었다.
청와대도 회동 결과를 주시했고,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도 기자들에게 "오늘 국회 회동이 역사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비쳤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 대표 등은 이날 회동에 큰 의미가 부여되자 "그렇게 부담스러운 자리라면 가지 않겠다"며 한때 불참을 고려했을 정도로 경계심을 보였고 오찬회동에서도 대북송금 거론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균환 총무가 "정치인들이 국정 현안을 놔두고 얘기 안 할 수 있느냐"며 대북송금 문제를 거론하려 하자 이규택 총무는 "오늘 소화 잘 되는 모임이죠"라며 피해갔다.
박관용 의장도 "우리가 머리를 맞대면 국민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주 모이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지 그외에 어떤 의미도 없다"며 미리 회동의 의미를 축소하고 나섰다.
박 의장은 특히 취재진이 오찬장을 나간 뒤 "밖에서 이 자리가 역사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고 운운했다는데 그런 건방진 소리가 어딨느냐. 과거 권력이 국회를 좌지우지할 때나 있을 법한 발상"이라며 "여기 청와대에서 오더(주문) 받고 온 사람 있느냐"며 대북송금 문제 논의를 봉쇄했다.
그럼에도 정균환 총무가 대북관계의 투명성 얘기를 하면서 '대북송금'이라는 말을 꺼내자, 이규택 총무는 "오늘 그 얘기는 없도록 하자"고 막았고, 박희태 대행도 "나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외면했다.
회동 참석자들은 포도주를 곁들여 식사했으나 대북송금이라는 핵심 사안은 피한 채 국회 활성화 방안에 대한 대화만 오갔다.
이 총무는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안은 얘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고, 분위기를 깰까봐 의도적으로 정치얘기는 피하는 분위기였다"며 "기자들이 대북송금 얘기를 많이 해서 긴장했지만 그런 모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대북송금 문제에 대한 논의를 피함으로써 특검제 도입 관철 입장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