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베이커 일본주재 미국 대사가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는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일본 정부가 대응방침을 마련하는 등 미.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의 군사 전문가들도 북한이 올해 미국 본토 일부를 사정권에 둔 사거리 3천500∼6천㎞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시험 발사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이 개발중인 최신 미사일은 미국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도달할 수 있는 3단계 로켓이라는 게 정설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때는 지난 98년 8월. 당시 북한은 일본을 넘어 태평양에 떨어진 사거리 3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사일 일부가 알래스카 부근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돼 노동 1호 개량형이나 대포동 2호일 것이라는 추정도 있었다. 일본 이지스 구축함에 포착된 이 발사에 대해 북한은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시험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오는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유예키로 여러 차례 선언한 가운데 성능이 향상된 대포동 2호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대포동2호가 실전 배치될 경우 수백㎏의 탄두를 알래스카나 하와이까지 실어나를 수 있고, 보다 작은 탄두를 적재할 경우 미 본토 서부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미사일 개발이 완료되면 북한은 다음 단계로 사거리가 6천㎞ 이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사일 개발을 시작한 북한은 중국과 구소련으로부터 기술을 얻어 자체 연구 끝에 주로 중동지역에 다량 수출할 정도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5년 이후 사정거리 300㎞의 스커드B와 사정거리 500㎞의 스커드C 시험에 잇따라 성공한 북한은 구소련의 붕괴에 따른 미사일 기술자들의 유입이 계기가 돼 90년대초 미사일 개발 기술에서 급진전을 봤다. 북한은 이어 91년 사거리 1천㎞의 노동1호 개발에 착수, 93년 5월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한국 전역과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적재 수출 화물선이 지난해 12월 예멘 근해에서 스페인 군함에 의해 강제로 검색을 받는 등 북한은 미국에 의해 대표적인 미사일 기술 확산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주중 대사의 발언을 통해 미국을 비난하며 핵 문제와 미사일 발사 시험 재개를 연계시킬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 군 당국은 그러나 최근 북핵 문제로 정세가 냉각되기는 했지만 북한이 섣불리 발사 시험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베이커 대사의 발언은 정치적 제스처로 보인다"면서 "군은 매일 북한군의 동태를 면밀히 주시하지만 미사일 시험 발사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을 뿐더러 국제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일을 감행하리라고는 예상치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경제난 등으로 미사일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관측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