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문제가 한.미 양국간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고위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발언의 진위여부와 함께 향후 논의방향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최근들어 '미군은 현지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만 주둔한다'는 기본원칙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미군주둔 원칙 강조=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촛불시위가 거세진 이후 미국의 보수적 언론이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이 주한미군 철수론을 제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거론한 적은 없어 럼즈펠드 장관의 미군 관련 언급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미 행정부나 노 당선자 대표단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 대표단이 일본으로 떠난 후 워싱턴에 남아 있는 유재건 민주당 의원은 7일 기자와 만나 "럼즈펠드를 만난 현장에 있었지만 직접적인 철군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군은 현지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만 간다.한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균형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제기된 것을 잘 알고 있고 동의한다. 용산 등 한강 이북에 있는 미군 기지를 재배치하는 문제 등 기존의 연합토지관리계획(LLP)을 재검토하는 것을 논의해보자"는 게 럼즈펠드 장관 발언의 전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미 국방부 대변인은 "필리핀 국민들이 원해 미군이 필리핀에서 떠난 것처럼 미군은 현지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빠져나온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성급한 해석 경계론도=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도 이날 기자와 만나 "그것은 미군을 외국에 주둔시키는 기본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미 행정부 안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람은 없다"며 성급한 해석을 경계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공화당의 리처드 루가 의원도 워싱턴포스트와 중앙일보가 워싱턴에서 공동 주최한 한반도 라운드테이블에 참석,"럼즈펠드 장관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했다면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양국 동맹관계와 우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관측통들은 미 국방당국이 3만7천명의 주한미군 감축 여부를 비롯한 한수 이북 미군기지 재배치,한국군의 작전권 환수,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선 등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장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논의한다는 게 아니라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양국 관계의 재설정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