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이 한반도 주변의 미군 전력 증강을 앞다퉈 보도하는 가운데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4일 한반도 주변 "미군 증강은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하고 나서 미군의 대북 군사력 증강 사실 여부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 B52 전폭기와 F16 전투기, 군함들에 대해 한반도 주변으로의 이동 배치에 대비하도록 경계령을 내렸다는 것.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이 보도들은 그러나 "아직 최종 이동 명령은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토를 달아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럼즈펠드 장관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세계 다른 지역에서 병력이동은 늘 있는 일"이라면서 "한반도 주변 미군 증강은 논의된 바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럼즈펠드 장관은 북핵 시설을 겨냥한 선제 공격을 단행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그같은 비상 계획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한반도에 병력을 추가배치하도록 요청한 적이 없다"고 전력 증강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이라크전에 대비하기 위해 전력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태평양 서쪽 지역에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군사적 조치"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미국발 보도 빈발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내의 군사경계태세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마치 한반도에서 전운이 감도는 쪽으로 분위기를 유도하는 미 언론의 보도와 이를 뒤에서 부추기는 듯한 세력의 행태는 '생사가 걸린' 남의 일에 대해 싸움을 부채질하는 무책임한 처사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이라크 개전에 대비, 미국이 중동쪽에 군사력 배치를 주력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효율적으로 억제력을 과시하려고 긴장 분위기를 확대 재생산하려는 미 행정부 관리들의 언론 플레이가 아닌가도 의심가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언론을 앞세워 마치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쪽으로 유도하는 인상을 받는다"면서 "자기 나라 영토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아니라고 다른 민족의 생존이 걸린 사안을 놓고 전쟁 게임을 즐기는 듯하는 미 언론과 관료들의 태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