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가 불거진 뒤 북한 당국은 핵동결 해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초강수로 일관하고 있지만 북한 사회는 1993년 핵위기 때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연말 핵동결 해제 등 북한의 긴장고조 전략이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북한은 평양거리에 새해를 축하하는 간판을 설치하고 가로수를 전구로 장식하는 등 예년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동안 설 휴일을 기존의 하루에서 사흘로 연장하는가 하면 각급 단체들의 설맞이 공연과 어린 학생들의 민속놀이 대회가 이어졌다. 또 북한은 남한과의 각종 회담과 금강산 육로관광 등 교류협력사업을 일정대로 추진하고 있고 남한을 비롯한 각국의 특사를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1993년 준전시상태 명령을 하달한 이후 평양시내의 차량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등화관제훈련을 실시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했었다. 당시 주민들도 전쟁의 위기감 속에서 웃음을 잃을 정도였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물론 이번에도 북한 내부적으로 NPT 탈퇴를 지지하는 평양시민 100만 군중대회가 김일성광장과 주체사상탑, 4.25문화회관 열렸다. 1993년에는 10만여명이 군중대회에 참가했던데 비해 10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다 북한의 관영 언론들은 미국의 침략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 '고난'을 선군정치, 일심단결, 민족적 존엄 등으로 이겨나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북한이 '핵위기'를 맞아 1993년에는 긴장만을 강조한 반면 이번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밝은 사회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1993년에는 북한이 미국의 침공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한반도의 화해분위기, 이라크 공격 등으로 미국이 북한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