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고 국경지대에 대한 통제를 완화할 경우 남한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북한에 유례없는 경제개발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21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포괄적인 개혁안에 합의할 경우 다음달초 취임하는 노당선자는 남북한이 단일경제공동체로 통합되는 "대구상"(grand vision)을 제시할 자세가 돼 있다고 전했다. 노당선자의 측근인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만약 북한이 외부세계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한다면 남한은 기대치 이상으로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원은 "남북한이 언제 통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한의 최우선 관심사는 평화적인 공존"이라면서 "노당선자의 대구상은 남북한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공약은 서울에서 4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남북장관급회담과 때를 맞춰 나온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담에서 남한측은 북측에 핵무기 개발계획을 중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의원의 이런 발언은 특히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행태변화를 부추기기 위해서는 경제적 유인책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노당선자의 신념을 강조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북한이 핵문제에 관한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보상을 받으려는데 대해 미국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노당선자의 정책은 남한과 미국과의 긴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측에 식량과 에너지를 제공할 뜻을 내비침으로써 노당선자의 노선에 바짝 다가섰다. 정치 분석가들은 노당선자의 "대구상"이 남북한간 협력을 강조한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이상일 것 같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정의원은 신정부가 통제경제를 개혁하도록 북측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햇볕정책은 남북한 간의 적대행위를 줄였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었다"면서 "그러나 그 정책은 북한체제를 변화시키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의원은 "그러나 신정부는 북한의 개혁, 개방 및 고립탈피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정부가 남북한철도 재건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이 철도를 통해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남한으로 들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은 북한이 공산체제를 훼손할 수 있는 남한의 제의를 받아들일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정의원은 23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노당선자의 남북한 협력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