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9일로 당선 한 달째를 맞았다. 노 당선자는 그동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각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은데 이어 20일부터는 국정과제 점검에 나선다. 노 당선자는 18일밤 KBS TV 국민토론회를 통해 지난 1개월간 업무를 파악한 것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정책 알리기'에 적극 나서면서 국정운영의 큰 틀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한.미관계, 청와대 운영시스템, 정치개혁의 지향모델, 인수위 업무방식과 인수위원들의 향후 임무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노무현호(號)'의 색채를 내보였다. 국정운영시스템 일선 부처의 공무원들이 각종 개혁 프로그램과 공약을 집행하는 작업의 전면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정책조정기능이 크게 줄어들고 국가적 전략과제를 추진.점검하는 기능이 강화될 전망이다. 노 당선자는 이날 TV토론에서 "부처의 공무원들 의견을 정말 존중하며 모든 결론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토론하겠다"며 "공무원들 가운데 '허리급'에서 개혁의 동력이 있으며 구체적인 개혁 아이디어는 이들에게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비서진의 거리를 가깝게 해 참모기능을 착실하게 하도록 만들겠다"며 "대통령의 결정과 지시는 (비서진을 거치지 않고)장관에게 직접하거나 각료회의를 통해 하겠다"고 밝혔다. 수석비서관이 장관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자료를 수집하는 채널도 다양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인사자료 정보는 중앙인사위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게 하되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로 올라오는 정보선이 중간에 통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노 당선자는 '기업규제를 완화하겠다면서 재벌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는 것을 기업규제 완화 정책보다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노 당선자는 이와 관련, "기업규제 완화의 목적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며 재벌규제는 그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에 대해선, "정리해고를 제한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려 비정규직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할 때 정리해고를 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노 당선자는 "궁극적으로 해야 하지만 차근차근 해 나가겠다"고 말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치개혁 노 당선자는 프랑스식 정치.권력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직접 국회로 가거나 여야 국회의원들과도 대화하겠다"며 대화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또 "당정분리를 통해 정당을 지배하지 않음으로써 한번 분권하고, 헌법대로 총리에게 권력이 가게 해 또 한번 분권해 2단계로 분권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후 과반수 정치세력이 총리를 결정하도록 한 공약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노 당선자는 프랑스식 분권형정치가 이뤄지기 위한 전제조건도 밝혔다. 현재의 지역구도를 제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거나 비례대표제를 대폭 도입해 어느 지역도 특정 정당이 '싹쓸이'를 못하게 해야만 분권형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당의 개혁, 돈 안드는 선거풍토와 선거제도 개혁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의 순서는 정당-선거제도-국가제도 순이라고 제시했다. 외교안보 노 당선자는 "최근 반미의식이 부각되는 것은 자주에 대한 자각,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던 한.미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외교적 자주'를 언급했다. 그는 "나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뒤 "세계경제 12~13위권인 대한민국의 당당한 지도자가 되고자 할 뿐"이라며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수평적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남북관계의 위기감이 해소돼야 미국에 할 말을 해도 불안하지 않으며 국내에서 심각한 대립과 분열이 초래되는 일이 없도록 하면서 변화를 추구하겠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이번주 남북장관급회담에 참가하는 북측대표단과 격식을 따지지 않고 만나겠다"며 대북관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기타 노 당선자는 "인수위는 정책을 인수하는 곳"이라며 "정부를 짤 때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인수위원들에 대해선 "(대통령취임 후에도) 정책자문을 지속적으로 받겠다"며 정책자문 역할을 맡기는 쪽에 비중을 뒀다. 인수위원들을 각료나 청와대 비서진으로 대거 기용할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수들이지만 그동안 현 정부에도 많은 조언을 해왔고 선거과정에서 정책자문을 하고 공약을 만들어내 실무에 밝다"며 어떤 식으로든 중용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허원순.김병일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