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유엔 등 친서방국제기구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제2 폭탄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 등이 잇따라 '집단 제재' 또는 핵 문제의 국제화등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들의 움직임을 공박하면서 1993년의 상황을 언급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19일 1993년 한-미 팀스피리트 합동군사훈련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결의 및 '집단제재'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때 적들이 미처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폭탄선언이 연방 울려 퍼졌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연방 울려퍼진 1993년의 폭탄선언"이란 다름아닌 준전시상태 선포(3.8)와 NPT 탈퇴(3.12)를 뜻하며 지난 10일 북한이 발표한 NPT 탈퇴 성명에 대해서도 북한 매체들은 '폭탄 선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또 조선중앙통신도 을 통해 "(미국이) 그네들이 조장 확대시킨 조선(한)현 사태의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 씌우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어 유엔무대를도용해 우리에 대한 압력과 고립압살책동을 국제화하려한다"면서 역시 1993년의 경우를 언급했다. 북한 주요 매체들이 이처럼 동시에 '1993년의 폭탄선언'을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미국이 추진하는 '다자간 해결 구도' 및 이와 병행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유엔 안보리가 북한 제재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는 23∼24일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사회를 열고 북 핵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있다. 북 핵 문제가 안보리에 상정되면 미국 조야 일각에서 거론되는 경제 및 군사적제재 결의안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IAEA나 유엔 등이 북 제재를 정식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점에서북한 매체들의 엄포는 제2의 폭탄선언을 준비한다기 보다는 제재 논의가 확산되는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많다. 조선중앙통신이 "1993년 조선반도 핵 문제와 관련한 위기가 유엔이 아니라 바로조(북)-미 사이의 협상을 통해 해소됐다"고 밝힌 것도 미국 등의 북 제재가 현실화돼 북-미 긴장이 고조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하루빨리 북-미간 대타협을 통해 문제를풀자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또 북한측이 잇따라 '초강수'를 언급하는 것은 최근 수그러들고 있는 미국의 강경 기조를 확실히 다잡아 북-미 대타협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도 18일 북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특사(외무차관)와 만난 뒤 북 핵 문제의 국제화에반대 의사를 분명히하고 북-미간 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이 줄기차게 강조해 온 '대화' 또는 '외교적 타결'에 대해 '기만적 대화전술'이라고 강조하면서 '강경에는 초강경으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조만간 '제2 폭탄 선언'을 할 수도 있다. 한편 북한의 NPT 탈퇴 성명이 나온 지 하루만인 지난 11일 최진수(崔鎭洙) 주중북한 대사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언급한 바 있어 북한측이 쓸 수 있는 초강수는선언 외에도 더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