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조치를 중지할 수 있다고 시사한데 대해 미국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가 또 한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더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핵 문제를 논의키로 하는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미사일, 또다른 카드인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할 수도 있다고 시사한 것은 여차하면 이를 또 다른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미사일 카드를 내밀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심산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북한은 지난 98년 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을 협상장에 앉혀 경제제재 조치 완화라는 '당근'을 얻어냈다. 북한은 이듬해 미국과 미사일 협상을 시작한 후 협상이 계속되는 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공표했고 2001년엔 방북한 유럽연합(EU) 대표단에게 2003년까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약속했다. 이어 작년엔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2003년 이후까지 연장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현재 북한이 개발중인 대포동 2호의 사거리(4천3백∼6천㎞)가 미국 알래스카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해 반테러 차원에서 강경하게 접근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상대로 쉽게 미사일 카드를 꺼낼지는 불투명하다. ◆ 안보리 회부 =북한 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되더라도 즉각적인 대북 경제제재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은 낮다. 일단 결의안이나 의장 성명 등의 형태로 북한에 핵개발 계획 철회와 감시시설의 원상복구를 촉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93년에도 북한이 NPT를 탈퇴한 후 안보리가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탈퇴 철회를 촉구하는 선에 그쳤다. 북한에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였다. 그러나 북한이 안보리의 촉구에 적당한 대답을 주지 않으면 대북 경제제재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면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