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진 뒤 '무기력 상태'에 빠진 가운데 김덕룡 최병렬 김부겸 의원 등이 차기 당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선 김덕룡 의원이 부상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미지 손상을 입지 않은 몇 안되는 당내 인물로 꼽힌다. 그는 4선의 중진으로 안정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개혁이미지가 강하며 당내에서 드문 호남출신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김 의원은 최근 서청원 대표와 만나는 등 당내외 여러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있다. 당 내외에서 최병렬 의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최 의원은 당내 '북핵특위'위원장을 맡으며 북핵 관련 문제 외에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패배 후 당의 무게중심을 잡을 중진으로서 최 의원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당내 개혁 소장파 의원들사이에서 조차 "말이 통하는 합리적 보수"로 통할 정도로 당내 신망이 두텁다. 개혁 소장파 의원중에선 김부겸 의원이 돋보인다. 주로 테크노크라트 출신인 당내 소장파 의원들에 비해 '운동권'출신 김 의원은 추진력과 돌파력에서 돋보인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당내 '주류'도 김 의원의 언사와 행동 하나하나에 적잖은 신경을 쓰는 형편이다. 지난 대선전에서 '네거티브'선거전을 주도,당 안팎의 숱한 비판에 직면했던 김문수 의원도 지난 10일 당 개혁특위에서 '정치개혁 및 대선 백서'발간을 책임진 제3분과 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이를 발판으로 재기한다는 구상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