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새해들어 잠시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던 북핵 사태가 다시 위기 국면으로 들어섰다. 북한의 이같은 선택은 최근 미국의 대북 대화 재개 분위기와 우리 정부의 북.미 대화 중재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북한은 성명에서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수 있다"고 강조해 최악의 사태는 피해보겠다는 의도를 비쳐 북.미간에 극적인 대화가 이뤄질 여지를 열어뒀다. ◆ 탈퇴 배경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한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잇단 '핵 시위' 이후 보여온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북한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해말 핵시설 동결해제 선언 이후 핵 감시시설의 제거와 방사화학 실험실 가동, 핵 사찰관 추방 등 강경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한.미.일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검토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관련, "북한은 지난 6∼7일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핵 시위'의 최대 목표인 미국과의 불가침 조약 체결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이 없는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지만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 미국이 비록 대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보상이나 협상에 대한 의지가 거의 없다고 판단, 강공책을 구사함으로써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 파장 북한의 NPT 탈퇴 선언으로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가 불가피해졌다. 유엔 안보리 회부는 북한에 대한 본격 제재를 의미하고 이에 대해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말 미국 언론에 거론됐다가 한국정부의 강력 반발로 물밑으로 들어간 대북 '맞춤형 봉쇄론'이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이 핵시설들을 본격 가동해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해도 감시시설이 제거돼 이를 알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최악의 긴장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