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10대 국정과제를 확정한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인수위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유독 김병준 정무분과 간사와 악수할 때 왼쪽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이며 밝은 웃음을 띠었다. 이날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비롯해 '정치개혁' 과제에 이르기까지 김 간사가 주도한 업무에 대한 신뢰를 표현한 것으로 비쳐졌다. 김 간사와 노 당선자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2년 총선에서 낙마한 노 당선자가 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지방자치경영연구원)를 만들 때 연사로서 초청받았다가 연구소이사장을 맡아 계속 직책을 유지해 왔다. 대선때는 교수들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장을 맡았다. 지난해 초 다른 교수들이 숨어서 지원할 때에도 그는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을 정도로 노 당선자와 유대관계를 맺어 왔다. 95년부터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유권자 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 지방자치 실현 위해 이론개발, 현실참여 병행 김 간사는 지방분권 지지자이자 국가균형발전주의자다. 대선에서 판세를 좌우한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을 내건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그는 저서 한국지방자치론(법문사.94년, 2002년 2판)에서 "지방자치는 '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잘 할' 필요도 있다"며 지방분권화의 필요성을 학문적으로 천착했다. 그러나 "지방행정과 분권에 관한 운동은 학자로서 했다기보다는 시민운동 차원에서 했다"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현실참여 활동을 해왔다. 그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지방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빼고는 모두 넘기는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중앙일보.2001년 5월) "중앙정부에 의한 지방정부의 재정통제는 최후의 보조적 수단이 되어야 한다."(한국일보 포럼.2000년 12월) 이같은 결론을 내기 전 그는 이미 "지방자치와 지방정부의 운영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넘어 국가발전의 중심축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지방의회와 의원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를 낳게 한다. 지방의회와 의원의 역할과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국회 지방자치발전 세미나.1999년 7월)고 주장해 왔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치권과 이를 행사할 수 있는 행정.재정적 능력, 자율성, 적절한 경영능력, 시민적 통제력을 갖추어야 한다"(경실련 지방자치 세미나.1994년6월)며 지자체 스스로의 역량 배양도 주문한 바 있다. ◆ 정치개혁과 인사개혁에도 관심 정치개혁과 인사개혁도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필수적이란게 김 간사의 판단이다. 그는 "노 당선자가 인수위 발족때 '인사문제를 개혁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치개혁 분야는 도덕성과 민주적 리더십을 중시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는 시민사회로부터 명분과 도덕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회내의 의석수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한국일보.2001년 6월) "권력적 통제로만 질서를 이룰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오늘의 국정을 이끌 자격이 없다"(한겨레신문.2000년 12월)는 기고문은 정치개혁에 대한 평소 소신을 엿보게 해준다. 행정개혁에 대해선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패를 막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행정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졸속은 피해야 한다."(한국일보.2001년 2월) ◆ 소박하고 합리적이지만 타협은 없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을 중시하며 타협을 안 하는 스타일." 김 간사와 고교 동문인 최명주 IBM BCS한국법인 부사장(전 계명대 교수)의 평가다. 최 부사장은 김 간사에 대해 "노 당선자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때 따라가지 않은 것을 비롯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정책자문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동지적 결합에 들어선 것 같다"면서 "계보정치의 행태에 늘 '분개'했다"고 전했다. 대구상고 같은반 동창인 모 독일회사 한국지사 김범식 사장은 "고교졸업후 모두가 유행처럼 은행 들어가는 것을 '별' 다는 것쯤으로 여길 때 그는 대학진학을 결정할 정도로 소신이 강했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지난해말 이들 동창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자문역이나 할 수 있으면 좋다. 일이 끝나면 학교로 간다"고 말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 약력 1954년생 대구상고졸(72) 영남대 정치학과(76) 외국어대대학원 정치학석사(79) 미 델라웨어대 정치학박사(84)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86~현재), 행정대학원장(02~) 경찰위원회 위원(99~) 서울 시민평가단장(98~) 주요저서 정보사회와 정치과정(공저,93) 한국지방자치론(94) 지방자치경영-혁신과 진단(97) 주요논문 정책집행연구의 비판적 고찰(한국행정학회보,84) 정책집행에 있어 대상집단의 정책관여(한국정치학회보,85) 도시재개발에 대한 시민의 반응(한국행정학회보,87) 교육행정 조직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한국행정연구,97) 지방의회의 개혁(한국행정연구,98) 공익적 시민단체의 정책적 영향력에 관한 연구(한국지방자치학회보,98) 지방행정조직의 개편방향(입법조사연구,98) 지방자치단체의 기능별 공무원 정원관리연구(한국정책학보,99) 새천년을 위한 지방행정의 조직인사관리(한국지방자치학보,99) 교류협력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 한.중.일 국제화 포럼,99)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