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사실상 '동교동계'의 해체를 선언했다. 김 대통령은 구랍 31일 퇴임 후 국내정치 문제에 초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동교동계'라는 모임 또는 말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뜻을 피력했다고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2일 밝혔다. 박지원 실장은 이날 "앞으로 동교동계라는 용어의 사용도,그러한 이름의 모임도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언론은 물론 정치권이 동교동계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김 대통령이 퇴임한 후 나서서 할 일은 없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과 협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박 실장은 "그렇다"고 말해 김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음을 확인했다. 김 대통령이 자신과 정치역정을 같이해온 동교동계가 소멸되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같은 김 대통령의 '지시'는 자신과 40여년의 정치역정을 같이해온 동교동계의 해체를 통해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의 물꼬를 터주기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적 청산'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민주당을 사실상 '백지상태'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새로운 정당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조순용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무현 당선자와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이 김 대통령과 동교동계를 '이용'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이와 관련,박 실장은 "민주당이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당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계파간 당권경쟁은 불가피한 것"이라면서 "그런 과정에서 동교동계가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통령은 퇴임 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내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 개선이나 세계평화 증진에 기여하는 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