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26일 개헌추진구상을 포함한 시기별 국정운영 방향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당선자 신분으로 대통령 취임 전 국정운영의 '향배'를 국민들이 가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행동계획 실천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지역구도 재편 등을 전제로 개인적인 반대의견을 첨언하면서도 개헌 '시간표'까지 세부적으로 예시함으로써 향후 추진과정과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국정1기 = 노 당선자는 국정 제1기를 정권인수위부터 2004년 총선때까지로 설정했다. 이 기간의 컨셉은 `개혁대통령과 안정내각'이라고 요약했고 순수대통령제에 가깝게 운용하겠다고 했다. 총리는 국민에게 안정감과 균형감을 줄 수 있는 인사에 맡기도록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노 당선자는 총리 외 내각 진용에 대해선 "여러가지를 고려하겠다"고 말하고 특히 '지역구를 가진' 현역의원들의 입각을 '최소화' 하거나 '배제'하겠다는 입장을공개 천명했다. 다만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여지를 남기기는 했다. 노 당선자는 "이처럼 배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나 그렇게 하는 게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대단히 미안하다"는 양해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의원 불포함 원칙'에 대해 그는 "여소야대 상황이라 당이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부담이 있고, 전면적인 정당개혁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능력있는 분들이 당내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정당개혁은 중차대한 문제로 앞으로 상당기간 걸릴 것"이라고 전제하고 "당내에서 주도적으로 역할할 능력있는 분들은 전당대회 준비 등도 해야하고, 지도부에도 도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할 상황"이라고 부연하면서 "'국민이 선호할까'하는 것을 생각해 이미지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역구 정치인이 입각할 경우 길어야 9개월간 일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단명 장관갖고는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며 이같은 판단이 '안정적인 내각운용'을 염두에 둔 '결심'임을 시사했다. ◇국정2기 = 중대선구제 도입 등을 통한 정치권의 지역구도 극복과 재편을 전제로 국정 2기를 총선 이후로 설정, 내각제에 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추진구상을 '시간표'까지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밝혔다. 분권형 개헌에 대해 그는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인들이 분권형대통령제를 제시해 국민의 동의가 있고 공론도 형성된 만큼 이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임을 설명했다. 개헌을 추진할 경우 오는 2006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07년 전에 개헌을 끝내야한다고 했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채택된다면 다음 대통령의 준비기간이 1년 가량될 것을 고려해야 하고 이후 새 정치체제 출범을 맞아야 한다"는게 그의 논리. 또 "한국식이든 프랑스식이든 아무 편견이 없으며,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말해 광범위한 국민공론화를 거쳐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암시했다. 그러나 그는 내각제는 정당이 입법과 행정권을 모두 갖고, 분권형 대통령제는입법과 행정권을 대통령과 정당이 절반씩 가진다면, (순수)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정당이 각기 입법과 행정권을 나눠 갖는 것이라며 어떤 의미에선 정당이 권력집중화돼있는 경우 내각제가 더 독재적일 수 있다는 '권력구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개헌'에 대한 개인적 반대 논거를 제시했다. 특히 분권형 개헌이 '여론 지지'를 받는 배경에 대해 "우리의 과거 기억때문"이라며 "미국의 대통령이 그렇게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게 아니다"고도 했다. 하지만 노 당선자는 "프랑스의 경우 국정불안 가능성에 대한 '제도적 안전판'으로 대통령의 내각불신임과 의회해산권 같은 게 있다"고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경우엔 대통령이 총리와 내각을 바꾸면서 새롭게 할 여지가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그런게 남용될 문화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노 당선자의 개헌구상이 그의 개헌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부정적 견해와 그 시기 조성될 정치상황 및 국민여론, 자신의 거론한 지역구도 재편 등 전제와 맞물려 실제 어떤 형태로 전개될 지는 두고두고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