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동결 해제선언 이후 숨가쁘게 진행되던 핵시설 동결해제 작업이 핵연료봉 제조공장 봉인해제를 끝으로 24일 완료됐다. 지난 94년 체결된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의 핵활동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된 모든 봉인이 24일부로 사실상 제거됐고, 감시카메라도 작동 불능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24시간 감시카메라를 통해 그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철저한 감시를 받아오던 북핵시설의 활동여부 파악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됐다. 물론 북한에는 현재 2명의 IAEA 사찰관이 파견돼 있고, 아직 이들의 활동에는별다른 제약이 없지만 북핵시설 전반에 대한 정밀한 감시는 불가능한 게 사실이어서향후 북한의 추가조치 여부 및 국제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특히 잇단 북핵시설 봉인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고, IAEA도내달 초 긴급이사회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져 북핵위기는 새해들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북한이 이날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과 핵연료봉 제조공장에 대한 봉인작업을 끝마친 것은 지난 1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동결 해제를 선언한 이후북한의 1단계 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12일 핵동결 해제선언에 이어 같은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동결 봉인제거 및 감시카메라 철수를 요구했고, IAEA측의 조치가 없을 경우 일방적인 조치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뒤 21일부터 실질적인 조치에 착수했다. 북한은 21일부터 4일간 5㎿(메가와트) 원자로→폐연료봉 저장시설→방사화학실험실→핵연료봉 제조공장의 순으로 봉인제거 조치를 벌여왔다. 이같은 조치로 제네바 합의에 따라 동결된 5곳의 핵시설 중 4곳의 봉인이 완전해제됐으며, 남은 동결시설은 건설중 중단된 50메가와트와 200메가와트 발전소 공사장 밖에 없지만 이 공사장은 별도의 동결감시 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지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다만 북한이 전력생산을 위한 핵동결 해제를 아직까지도 내세우고 있고, 폐연료봉 재처리에 들어갈 경우 이는 곧바로 `선전포고'로까지 간주될 수 있어 북한이 일단 5메가와트 재가동을 위한 연료봉 장전 등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실제 북한은 지난 21일 봉인을 해제한 5메가와트 원자로에 기술자들을 파견, 보수작업을 벌이는 등 핵시설 재가동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결심했다는 관측하에서 위기를 최고조로 이끌기 위해 곧바로 폐연료봉 재처리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북핵 위기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 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향후 조치를 예의주시중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