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와 조지 W.부시 대통령은 각자의 전술을 건설적으로 융합해야 한다. 두 지도자가 공통분모를 찾지 못하면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론지 워싱턴 포스트(WP)는 22일 `한국의 새 얼굴'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 핵문제 등 한-미 간의 민감한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노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이 시각을 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포스트는 반미감정이 한 정치 지도자의 권력 쟁취를 도운 것은 4개월 만에 벌써두번째라며 노 당선자와 지난 9월 총선에서 대이라크전 반대를 표방하며 승리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비슷한 점을 갖고있다고 지적했다. 대미 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원하는 본능적 욕구를 갖고 있고, 부시 행정부의 강경자세에 반감을 가진점 등이 슈뢰더 총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포스트는 그러나 백악관이 슈뢰더 총리의 선거 승리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과달리 노 당선자는 승리 직후 부시 대통령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면서 이는 북한의핵개발 파문으로 한반도가 독일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을 미국이 인식하고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노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이 향후 관계설정을 위해 기울여야 할 주안점은 무엇일까.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경우 한국을 더 이상 유순한 고객 정도로 치부하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동맹을 통해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지만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노 당선자의 등장으로 계획에 차질이생길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인기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영어와 미국에는 익숙지 않은 노 당선자는 조심스런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포스트는 권고했다. 이 신문은 또 노 당선자가 자신이 당선된 민주적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입장을 맞춰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스트는 두 지도자가 서로 입장을 조화하지 못하면 결국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힘을 강화시켜 더욱 무모한 행동을 촉발하게 될 것으로 경고했다. 아울러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시 행정부가 한국에 주둔군이 필수적인지공개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인구밀집지역에 주둔한 미군과 현지주민의 마찰을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