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가 추진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공교육 내실화'다. '학력의 하향평준화'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고교 평준화의 폐해를 해결하고 교원 정년 단축 등으로 인해 실추된 교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또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입시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풀어야할 문제들이다. 노 당선자는 고교 평준화 정책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특성화고 특수목적고 등을 확대해 교육의 다양성을 살려나가고 쉬운 수능과 대학의 학생 선발권 자율 확대 원칙 등을 통해 학교의 입시학원화를 막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서울대와 대등한 수준의 지방대학을 20여개 육성, 학벌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교육기회의 평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 제고'와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현실적인 요구를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진동섭 교육학과 교수는 "아무리 교육의 형평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고 교육 수요자들의 선택권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차기 정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개별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 투명성을 강화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입시자율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학 입시 자율화가 초.중등학교에서 입시위주 교육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 재정 확보도 눈여겨 봐야 할 사항이다. 노 당선자의 경우 교육재정을 GDP대비 6%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과거의 전례를 볼 때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단순한 숫자놀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도 모두 각각 교육예산을 GDP대비 5%, 6%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지금까지 교육예산이 5%를 넘긴 적은 한번도 없었다.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기획처장은 "공교육이 무너진 것은 정부가 공교육에 별로 투자하지 않는 '값싼 교육' 체제 때문"이라며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학급당 학생수나 각종 교육 여건 등 전반적인 교육 수준을 OECD 평균으로 맞춰야 할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