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주요 정치인들의 "오락가락 행보"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선 레이스에서 끝까지 "소신"을 지켜 주가가 오른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배신","변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소속당을 바꿨다가 동반 추락한 경우도 적지않다. 대선 과정에서 낭패를 당한 정치인 중 한 사람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월드컵 열기를 타고 인기가 급부상한 정 대표는 노 후보와의 단일화협상에서 패한 뒤 선거일을 6일 앞두고 공동유세까지 나섰다. 그렇지만 그는 선거를 불과 7시간여 남긴 상황에서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이 때문에 정 대표는 향후 입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킹 메이커를 자처했던 원로급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김영삼 전 대통령,박태준 전 총리,김윤환·박찬종 전 의원 등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으나 이 후보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가 복당한 박근혜 의원이나 민국당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한승수 의원의 '손익계산서'도 마이너스라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자민련 이인제 총재권한대행도 김종필 총재의 만류에도 불구,이 후보를 지원했다. 그러나 김 총재는 막판까지 중립을 고수,판세를 읽는 탁월한 '시야'를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철새 정치인' 논란 속에 한나라당에 입당했던 전용학 원유철 박상규 김원길 이근진 김윤식 강성구 의원(이상 전 민주당 소속)과 이완구 이재선 이양희 함석재 의원(이상 전 자민련 소속),안동선 의원(민주당→정몽준캠프→자민련)의 선택도 '옳지 못한 판단'으로 결론났다. 이른바 '큰 바다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의원영입을 추진했던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의 전략도 당내에서 '큰 무덤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97년 대선 때 총장을 역임했던 김 총장은 2번 연속 대선에서 패배한 책임 논란에 휩싸여있다. 반면 민주당 정대철 선대위원장,김원기 정치고문,신계륜 후보 비서실장,이해찬 기획본부장,임채정 정책본부장,김경재 홍보본부장,김한길 미디어본부장,허운나 인터넷본부장 등은 대선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주가를 높였다. 정동영 국민참여운동본부장과 추미애 공동본부장도 '노풍' 재점화의 기수로 뛰며 위상이 높아졌다. 김동욱·윤기동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