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20일 당선후 첫날 일정을 TV 방송사와의 즉석 인터뷰로 시작했다. 오전 7시40분께 쥐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 차림으로 명륜동 자택을 나선 노 당선자는 자택 앞에서 생중계를 물린 TV 3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요청으로 즉석 문답을 가졌다. 새벽 2시께 잠자리에 들어 보통 기상시간인 5시를 훨씬 넘긴 6시30분까지 `늦잠'을 잔 탓에 아침식사도 거르고 용모만 매만지고 나왔다고 한다. 노 당선자는 환하게 웃으며 "늦잠을 잤다"고 말문을 연뒤 `밤새 무슨 구상을 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구상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시 금연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금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 "시기는 서로 상의해야 한다"면서"할 얘기는 지금부터 준비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가장 먼저 해야할 과제로 "제일 중요한 일을 가려내는 게 쉽지않다"면서도"인수위 준비가 첫번째"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승용차에 옮겨타려던 순간 집주변 경찰 경비라인 밖에서 당선자를 보기 위해 줄지어 늘어선 동네주민과 노사모 회원 등 50여명중 일부가 `그냥가십니까'라고 하자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악수를 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웃으면서 "정치 잘 하세요"라며 `국민의 주문'을 대신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승용차에 올라타 여의도 당사에 들렀다가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버스로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당선자는 미리 와있던 의원들과 악수를 하며 "수고했다"고 격려한 데 이어 헌화→분향→참배→묵념을 한 뒤 방명록에 "멸사봉공하겠습니다"라고 적고 국회의원회관으로 이동,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 뒤 당사로 다시 돌아와 오전 10시부터 경호실 업무보고를 받고 김 대통령의 당선축하 인사와 난을 전하기 위해 예방한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당선자는 전경련회관 20층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선대위 전체회의를 갖고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노고에 대해 격려하고 당 결속을 다졌다. 오후에는 당사 등에서 휴식을 취하며 `구상의 시간'을 갖고 인수위 구성 등 당면과제에 대해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앞서 당선자는 전날 자정을 넘겨 집으로 돌아와 수행원 및 경호원들과 차를 마시며 "수고들 했다"고 격려했고, TV 채널을 돌리면서 자신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상물을 보고 감회에 젖기도 했다. 또 가족 및 축하차 방문한 친지들과 샴페인을 터뜨려 조촐하게 자축하면서 "잘하겠다"고 거듭 다짐한 뒤 새벽 2시께 취침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