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가 16대 대선에서 약진, 진보정당을 새로운 대중 정치세력으로 안착시키는 성공을 거둠으로써 오는2004년 총선에서 원내진출을 위한 굳건한 발판을 마련했다.

민노당은 이날밤 11시30분 현재 92만 5천표를 기록하자 최종적으로 100만표에육박하는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며 사실상 '기적'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권 후보가 지난 97년 대선에서 민노당의 전신인 국민승리 21의 후보로 출마, 30만6천여표(1.2%)를 얻는 데 그쳤던 데에 비하면 엄청난 신장세인 셈이다.

이같은 대약진은 정부수립후 최초 진보정당인 '진보당'의 조봉암 후보가 지난 56년 대선에서 24%를 득표한 이래 역대 진보후보들의 득표율이 1%에 못미쳤던 점에비춰 정치사에 의미있는 획을 그었다.

권 후보의 선전은 민노당이 '급진.과격'의 이미지를 떨치며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을 제치고 득표율 3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대중성을 확장해온 데서 비롯됐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지방선거에서 도약에 힘입어 권 후보는 '빅2'인 이회창(李會昌), 노무현(盧武鉉)후보와 나란히 TV합동토론에 참여, 전국적으로 얼굴과 공약을 알리며 새 리더십을갈망하던 유권자들을 파고들 수 있었다.

또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의 선두에 서며 재벌해체와 부유세 신설, 비정규직 철폐 등 차별화되는 선명공약으로 정치권에 염증을갖던 국민에게 '진보'로 답했다.

그러나 권 후보는 이번 대선전이 종반전에 급격히 양강구도로 좁혀지면서 막판'사표방지 논리'가 불거진 데다, 특히 대선 하루전 터진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대표의 '공조파기'의 불똥이 튀면서 심각한 고비를 맞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새 정치를 원하는 진보층이 두터운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민노당은 이를 등에 업고 부유세 신설과 주한미군 단계철수를 위한 국민투표 추진 등을 차기정권에 압박하며 제도 정치권의 한 축을 형성해 나갈 전망이다.

특히 위헌 결정이 내려진 현행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를 고쳐 정당명부제의 전면실시를 이끌어내 2004년 총선에선 적어도 5개 이상의 원내의석을 확보, 진보정당의원내진출이라는 숙원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권 후보도 대선 결과를 발판으로 개인적으론 당내 리더십을 더욱 견고히 다지면서 100만표의 지지기반을 갖춘 대중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굳혔으며, 앞으로 노동계에대한 영향력 확대와 이를 바탕으로 한 현실 정치에 대한 영향력 강화 등의 순선환도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기자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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