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의 승리로 막을 내린 이번 선거는 향후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현 지도부의 총 사퇴를 시발로 노무현 당선자 인맥 중심으로 대대적인 재창당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패한 한나라당은 선거 패배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갈등 기류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의 이탈이 예상된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국민통합21 하나로국민연합 등이 의원영입과 상호 정책연대 또는 합당에 나설 경우 정치권이 '헤쳐모여' 식의 대대적인 정계개편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 민주당 재창당 =당내 세력 판도는 물론 정치권 구도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당의 중심에 섰던 동교동계와 김대중 대통령 측근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노 당선자 측근그룹이 당의 전면에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당선자가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경우 개혁정당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 일부가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정치권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노 당선자는 최근 "국민과 당원의 뜻을 모아 재창당 또는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전국 통합정당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이와 관련, "김대중 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있는 세력과 인사들은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동교동계와 현 지도부가 당의 중심에서 퇴진하고 정대철 선대위원장과 김원기 정동영 고문, 천정배 신기남 추미애 이재정 이호웅 의원 등 선대위에서 활약한 친노(親盧) 인사들이 당의 전면에 포진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취임 전까지 노 당선자의 구상을 어느 정도 실현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천정배 의원은 "필요하면 지도부의 전면 재신임을 물을 수도 있고 전당대회를 열어 당원과 국민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창당과정에서 노 당선자 중심의 신주류와 비주류간에 당권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주류의 한 핵심 당직자는 "어차피 대선을 치르고 나면 비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며 "비주류 입장에서 나름의 행보를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해 비주류의 세력화를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 한나라당 진로 =대선 패배로 당 체제 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인책론 등이 불거질 경우 심각한 분열상을 보일 개연성이 다분하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선거 패배로 당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이렇게되면 각 계파간 당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17대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일부 의원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일부 의원의 탈당설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오래 전부터 노 당선자와 친분이 있는 수도권 일부 개혁성향 의원들과 PK지역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노 당선자 중심의 민주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일부 충청권 의원은 JP와 이인제 대행의 자민련과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중진의원은 "대선에서 패한 이상 당의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조기에 정비되지 않을 경우 의원 이탈 등 심각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