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첫 대선전은 이전 선거에 비해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당 조직력을 총가동한 대규모 군중동원과 금품살포·향응제공 등으로 상징되던 '아날로그' 선거전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미디어 광고,사이버상에서의 선거전 등 '디지털' 선거전으로 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비용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불법 선거운동을 감시한 주요 시민단체들은 이번 선거에서 각 당이 사용한 선거비용이 선관위가 고시한 선거비용제한액(3백41억8천만원)에도 훨씬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7일 이후 18일까지 선거운동 기간동안 약 2백54억원을 대선과 관련해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2030 유세단'등 지원유세단의 사용비용이 제외된 것이어서 최종집계 비용은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법정한도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민주당도 같은 기간동안 3백여억원을 사용했다고 공개했다. ◆줄어든 군중동원=이번 대선전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군중동원'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은 일부 유세에서 당원들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그 규모는 예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양당을 통틀어 1만여명 이상의 청중이 참여한 대규모 유세는 손꼽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경우 수백명에서 2천명 안팎의 소규모 유세가 '게릴라'식으로 시내 주요 거점에서 이어졌다. 유세장소도 광장이나 공원에서 백화점이나 극장앞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바뀌었다. 유세장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로고송'이나 이동화면차량을 통한 이미지 광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형 유세가 줄어든 만큼 미디어 선거전의 중요도는 높아졌다. 양당은 TV·신문광고에 승부를 걸었고,TV연설의 찬조연사 선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금품과 향응제공 등 매표행위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여전히 선관위에 금품향응 불법선거운동 건수가 적잖게 적발되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노골적인 금품·향응 제공'은 할 수도 없고 해도 효과가 없었다는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한 선거전문가는 "대규모로 군중이 동원됐던 유세는 이제 역사책속의 한 장면이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사이버 선거전=인터넷 사용이 대중화된 상태에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치열한 선거전이 진행됐다. 각 후보측은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며 치열한 이미지 경쟁을 벌였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구전효과도 선거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한나라당 윤여준 미디어대책위원은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인들은 선거양상이 이전과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라며 "뉴미디어를 활용한 이미지전의 중요성이 이전 선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대철 선대위원장도 "돈과 조직동원이 아닌 미디어 중심으로 운동을 벌여 법정선거비용 보다 훨씬 적게 돈을 썼다"며 "이는 혁명적인 정치문화 변화"라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