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8일 공식선거운동 종료 시한을 불과 1시간45분 남겨놓고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일순간 큰 혼돈에 빠져들었다. 노 후보는 이날 동대문시장에서 심야 거리유세를 마친뒤 선거상황실 관계자들을격려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통합21측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지지철회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당사 8층 후보실로 향했다. 오후 10시20분께 노 후보가 후보실에 도착한뒤 뒤늦게 소식을 듣고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 정동영 (鄭東泳)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신계륜(申溪輪) 비서실장, 이상수(李相洙) 총무본부장 등 당 지도부 20여명이 속속후보실로 달려와 대책을 숙의했다. 신기남(辛基南) 선대위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어안이 벙벙하다"며 "사태파악이 안돼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와 정 선대위원장이 정몽준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통합21 당사로향했고 후보실 주변에는 선대위 실무자들과 취재진 등 100여명이 몰려들어 사태추이에 촉각을 세웠다. 한 대표는 통합21 당사로 향하면서 굳은 표정으로 "내가 가서 한번 해보겠다"며메신저를 자임했고,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과 신계륜 비서실장 등이 통합21 지도부와 통화하는 등 모든 채널이 설득작전에 동원됐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통합21 김 행(金 杏) 대변인이 오후 10시40분께 `지지철회'를 공식 발표하자 민주당 관계자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정대표가 이제라도 김 대변인의 발표를 부인하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실낱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의 설득노력이 실패하고 정 대표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는 보고를 들은 노 후보가 결국 오후 11시30분께 정 선대위원장, 이재정(李在禎) 유세본부장과 함께 평창동 정 대표의 자택까지 찾아갔으나 면담거부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노 후보는 정 위원장과 이 본부장을 평창동에 남겨둔채 차를 돌려 혼자서 여의도 당사로 향했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노.정 긴급회동 마저 무산되자 민주당 관계자들은 "정 대표 자신의 이미지도 치명타를 입을텐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의아해했고 "유세장에서 의원 몇명을 치켜세우기 위해 한 발언을 문제삼아 선거를 몇시간 앞둔 상황에서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은 코미디 수준"이라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또 정 대표의 돌발적인 공조파기가 선거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보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공조의 시너지 효과가 깨져 선거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라고전망한 반면 다른 관계자는 "정 대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노 후보 지지표가더욱 강하게 결속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일을 원만히 극복하고 대통령선거에서기필코 승리할 것"이라며 더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한편 명계남씨 등 노사모 회원 20여명은 "그래도 노무현은 이긴다"며 당사 주변에서 새벽까지 노래를 부르고 노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당혹감을 달랬고, 일부 회원들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