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언론들은 19일 대선에서 한국민들이 분명하고도 중대한 선택을 하게 됐다고 사설을 할애해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대선이 반미감정 속에 두 후보의 차이점이흐려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막상 승자가 결정되면 보수성향의 이회창 후보든, 진보성향의 노무현 후보든 각자 자신의 색깔을 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예단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막판까지 치열한 양강 구도인 이번 대선에서 노후보는 평화를, 이 후보는 안정을 내세우고 있어 수사적으로는 두 후보의 입장이 근접한 것 같지만 이면에는 커다란 틈새가 숨겨져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대선이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전제한 뒤한국민은 두가지 핵심과제인 대북관계와 경제개혁을 놓고 분명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WSJ= 한국민은 군사동맹을 포함한 대미관계의 진로를 놓고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준비돼 있지 않은 선택인 것 같기도 하다. 반미감정 속에 두 후보의 차이가 흐려졌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과거 과격한 주장을 완화했고 이 후보는 워싱턴과의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반미감정의 물결에 휩쓸리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최근 몇 주간의 타협에서 벗어나 고조되는 반미감정에 대처할 것이라고 그의 보좌관들은 말한다. 부시 행정부와 더욱 보조를 맞춰나갈 것이라는 뜻이다. 노 후보의 승리는 일견 반미세력의 승리로 보일 수 있고 선거기간 중 온건한 이미지를 보이려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면을 벗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것 같다. ◇CSM= 한국의 이번 대선은 감성적인 선택이다. 선거는 김정일이 핵개발 판도라상자를 열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사상 최대 반미시위를 벌인지 며칠만에 실시된다. 선거는 평화전도사 노 후보를 지지하는 한국전쟁 이후 세대와 역경과 북한 침공의 두려움을 아는 구세대 간의 대결로 특징지어진다. 따라서 선거전의 주요 이슈도북한을 다루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지역분열로 부동표의 향방이 주목된다. 노 후보는 최근 뜨거워진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서울과 수도권 유권자들 사이에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레이스는 아무튼 상당히 빠듯해졌다. 노 후보의 표 중 일부가 반미 시위 분위기 속에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 빠져나갈지도 모른다. ◇FT= 이번 대선은 한국민들에게 참신할 정도로 뚜렷한 선택을 제공하고 있다.두 후보는 대북관계와 경제개혁을 놓고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 후보가 한-미 동맹강화를 통한 강경 대북노선과 친(親) 기업 성향을 보인다면 노 후보는 대북 유화정책과 재벌규제, 노동시장의 합리적 개혁을 도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