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민노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16일 저녁 제16대 대선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사회.문화분야 현안들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후보들은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과 반미 기류, 의약분업 보완 방안, 교육정책,언론사 세무조사 등을 놓고 첨예한 설전을 전개했다. ◇언론사 세무조사 = 이 후보와 노 후보가 언론사 세무조사의 정당성 등을 놓고첨예하게 맞섰다. 이 후보는 "지난번 주요 일간지 등에 대한 세무조사는 아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과도하게 한 것이어서 문제가 됐다"면서 "대통령이 말한 직후 바로 했고 연인원1천여명을 조사한 데다 추징액도 어마어마한 액수로 세무조사라는 이름으로 언론을탄압하고 재갈을 물리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언론자유가 보호돼야 하나 특권일 수는 없고, 언론사도기업인 이상 세금을 내고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언론이 우리 당에 유리하냐,아니냐에 따라 비호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탈세행위에 대한 조사를 탄압으로 규정한 이 후보는 세무조사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서 "김대중 정권이 언론개혁을 하려면 정간법을 개정, 소유를 분리하고 방송법도 개정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아 의혹을 받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에 이 후보는 "법에 따른 행위라 하더라도 형평성이 없으면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탈세한 언론사는 처벌받아야 하지만 언론탄압의 도구가 돼선 안된다"고 맞섰다. ◇의약분업 = 세 후보 모두 의약분업의 보완이 필요하다는데는 의견을 같이 했으나 그 방식을 둘러싸고 적잖은 의견차가 빚어졌다. 이 후보는 "이 정권이 한 개혁중에 가장 실패한 것이 의약분업으로, 방향은 옳았으나 방법이 졸렬, 졸속해 고통을 줬다"며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만큼 다음정권에서 `재평가위원회'를 둬 보완할 점과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후보는 "의약분업은 국민 건강을 위해 전 국민의 합의로 시행된 것으로, 이 후보도 영수회담에서 합의한 것"이라며 "의약분업 실시후 항생제가 23% 줄고주사제 사용이 47% 준 만큼 원칙을 살리는 선에서 부작용을 보완해야 한다"며 대체조제 허용 등을 제안했다. 권 후보는 "의약분업이 유지돼야 하나 잘못 실시돼 건강보험료가 올라갔으니 엉터리 건강보험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노 후보가 항생제와 주사제 사용이 줄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항생제와 주사제가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가 있는데 정확히 알아달라"고 지적한 뒤 "대체조제는 어느 범위내에서 원활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고교평준화 = 이회창 후보는 사립고 운영개선을 통한 현 제도 보완을, 노무현후보는 현 평준화 정책의 기조 유지를, 권영길 후보는 평준화 확대를 주장해 차별성을 보였다. 이, 권 후보는 노 후보가 통합 21 정몽준(鄭夢準) 대표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교육정책이 다른 정 대표와 입장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캐물었고, 노 후보와 권 후보는이 후보의 자립형 사립고 일반화 공약이 `귀족학교 만들기' 아니냐고 묻는 등 사안에 따라 연합공격을 펴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고교평준화의 틀을 깨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오히려 하향 편준화된 만큼 공교육에 치중해 정상화시켜야 하며 상향 평준화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노 후보는 평준화 유지를, 정 대표는 평준화 폐지를 주장했는데 두분이 어떤식으로 방향을 잡았느냐"고 따졌다. 권 후보도 "정 대표는 자립형 사립고 확대 강화를 주장하고 있고 이는 재벌위주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데 서민교육, 평준화 보완 교육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정 후보는 평준화 폐지를 추진하다 점차 후퇴하던중 단일화 됐으며, 정책공조 합의 때 아무런 제안이 없어 제 안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났다"며 "이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를 일반화하겠다고 하는데 학생선발 방식도 자율화하자는 것인가, 그러면 사립 평준화 제도도 깨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 후보는 "우리 교육은 극심한 불평등 교육이며 학벌 세습으로 장관 아들 장관되고 의사 아들 의사되고 재벌 아들 재벌된다"면서 "자립형 사립고는 귀족학교로 평준화를 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우리 고교는 서울의 경우 70%, 전체 52%가 사립으로 사립의 비중이높은데 일시에 자립형 사립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학사운영이 제대로 돼 있고, 본교가 원할 때 제한된 범위에서 선발권을 주고 운영토록 하는 것"이라며 "귀족학교가아니다"고 반박했다. 논쟁 과정에서 이 후보는 "노 후보가 자립형 사립고를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필요한 것처럼 말했다가 안된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고, 노 후보는 "이 후보가 뭔가 기억을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토론 서두에서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 이 후보는 "오는 2007년까지 대입제도를자율화해야 하나 학부모와 수험생의 혼란을 감안, 예고제로 단계적으로 자율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강남 8학군을 없애기 위해선 수능시험을 폐지, 대입자격시험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근본적 개혁을 주장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대학입시 자율화는 상당히 돼 있다"면서 "입시제도를 자주바꾸는 것은 도움이 안되고, 수능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 이 후보는 "국민연금이 이 상태로 가면 2034년 적자가 되고 2048년 파탄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책을 묻자 노 후보는 "이 후보가 연금지급액을 급여액의 40% 정도로 깎아야 한다고 공약한 것은 발상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노 후보는 국민연금의 취지가 노후생활 보장에 있음을 지적, "연금기금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깎는다면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연금문제는 우리 경제상황에맞춰 조절해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권 후보는 "한나라당은 가진 자 위주의 재벌중심 연금정책을 생각하지 서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국민기초연금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에대해 이 후보는 "우리도 국민기초연금제도를 주장하고 구체적 방안도 있다"면서 "그러나 노 후보는 뭔가 착각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정직해야 하며, 듣기 좋게 하기위해 안 깎아준다고 말하면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노 후보는 "토론에서 정직, 부정직을 말하면 어려워지는 만큼 예의를 갖고 토론하면 고맙겠다"면서 "연금을 깎는다면 국민연금과 사학.공무원 연금까지 깎아야 하는 불필요한 문제가 생긴다"고 재반박했다. ◇복지 = 노 후보가 "이 후보는 복지예산을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2%로 올리겠다고 했으나 올해 사회보장지출이 10%, 내년 13.5%가 되는데 복지예산을깎겠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착각이 있는 것 같다"며 "2015년 12%가 되는데 이를 당겨 2010년에 12%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재원을 마련하지 않은 양당 정책은 빌 공(空)자 공약에 그친다"고싸잡아 공세를 폈다. 이어 권 후보가 "민주당 전 정책위 의장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책은 사기이며민노당에서 좋은 것을 베꼈다'고 했다"면서 "우리 당은 무상 의료, 무상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창당됐고 34조원의 재원마련계획도 있다"고 하자, 이 후보는 "우리도실업계 고교 무상교육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무상교육과 사회복지 제공은 절대 필요하며 우리 당은 노 후보가 말한 것보다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대학까지 무상교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무상의료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권 후보 정책의 현실성에 의문을 표했다. 노인복지와 관련, 노 후보는 "노인이 큰 수입은 아니더라도 보람있게 소일할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면서 "치매와 중풍 등은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며 생활체육도 활발히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노인기초연금을 최소 월 20만원을 보장할 것을 구상하고 있다"면서"노인에 대해 공공근로 성격을 띠는 특별 일자리 대책 마련이 있다"고 밝혔고, 권후보는 "160만명의 노인에 대해 월 10만원 생활비를 보장하고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정수도 = 이 후보와 노 후보는 두 사람간 상호 토론에서 작심한 듯 대선 막판 최대 쟁점인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였다. 이 후보는 교육투자 확대문제를 말하던 도중 "수도를 옮기는데 6조원이 든다고하는데 그 돈을 서민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행정수도 문제를 건드렸다. 그러자 노 후보는 "수도권 인구 증가 과밀로 인해 10조원 이상 교통혼잡 비용,10조원 이상의 환경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이를 위해 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 문제에 대해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는 "6조원은 노 후보가 말하는 것이고 저희는 40조원"이라면서 "수도권교통문제는 교통문제로 처리해야지, 대전으로 옮겨가면 대전에 번잡한 교통문제가다시 옮겨가는 것이고, 위암을 간으로 옮기면 위도 암 걸리고 간도 암걸리는 교각살우"라고 공세를 폈다. 노 후보는 이에 대해 "커야 50만명 정도되는 작은 행정수도가 건설된다고 해서 무슨 교통혼잡이 옮겨가느냐"면서 "지금 수도권 인구가 매년 25만명씩 늘어나 2010년 가면 2천500만명이 되는데 거기서 50만명이 빠져나간다고 집값 폭락한다는 것은 흑색선전"이라고 반격했다. 그는 이어 "동경의 과밀도가 31%인데 우리는 48%에 이르고 있고 수도권은 세계에서 가장 과밀한 지역"이라면서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해서집값이 폭락한다는 것이고 공동화된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이 후보는 "청와대가 옮겨가고 제1, 2종합청사가 옮겨가고 국회가 옮겨간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금감원 선관위 다 옮겨갈 것인데 과천 상권은 어떻게 되겠는가. 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대전 중구가 시청 이전으로 공동화 됐고, 전남 도청이 무안으로 옮겨간다니까 광주에서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숫자 놀음할 것이 아니라 도시 위축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공박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경남 도청이 부산에 있다가 80년대에 창원으로 옮겨갔다고 해서 부산이 공동화 되지는 않았다"면서 "상권을 가진 사람이 이해관계를 가지고손해를 봤다고 얘기하지만 경남도청은 창원에 가서 아주 잘 짜인 도시로 잘되고 있고, 부산은 부산대로 잘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노 후보가 "독일 행정수도 본이 베를린으로 전체가 이전하고 있는데도 조용하고 일본도 정경유착을 끊기 위해 행정도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후보는 "본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고 동경은 14년째 논의하고 있는데 결국 옮기기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고 맞서는 등 두 후보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설전을 벌였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김현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