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성된 북핵위기로 동북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외교지도를 다시 그리게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과 싸웠던 중국은 "친구"로 변했고 가장 공고한우방인 한국에서는 반미감정이 일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북핵위협으로 핵무장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현재 이라크와의 대결에 전력을쏟고 있어 북한에 대해 무력위협보다는 외교적 압력을 택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보다 많은 원조를 얻어내기 위해 핵을 이용한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이런 전술로 재정적인 양보를 얻어낸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아슬아슬하게 전쟁을 피했으나 현재의 상황은 북한이 당시보다 훨씬 필사적인 반면 미국은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어 훨씬 심각한 것으로 신문은 우려했다. 신문은 결론적으로 이번 위기가 사라지더라도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서 우방이던 독일이 이라크 위기와 관련해 미국과 묘한관계가 되는 대신 러시아가 미국과 가까워진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그같은 변화가 올수 있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다음은 신문이 분석한 동북아 각 나라별 상황이다. ◆ 한국= 한국은 북핵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의 외교정책에 가장 묘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오랜 우방인데다 여전히 3만7천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은 현재 미국에서 벗어나 현재 보다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미 부시행정부가 북한을 안보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에서는 미국 장갑차에 희생된 2명의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한 수만명의 한국인들이 거리를 메웠으며 미국의 외교정책에 항의했다.이 시위는 외견상 여중생을 숨지게 한 미병사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반미감정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관련, 오는 19일 대통령선거는 한-미 관계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띠게될 것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한-미간 군사동맹을 일부 변경하게 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미군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결과에 따라 양국이 외교적으로 첨예하게 맞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 일본= 지난 9월 일본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고려했으나 북한이 일본인 납치와 핵개발 계획을 인정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변화됐으며 특히 이중일부는 재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인들은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의 새 타킷이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중국=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아시아에서 미국의 주요 파트너로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얼마나 유지될 지는 모르지만 지난 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미-중 회담에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중국을 여러 차례 "친구"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북한이 자국의 경제적 번영을 막지 못하도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은 최근 수주간 공개적으로 북한에 핵개발계획을 중단할 것으로 촉구했다. 그러나 향후 북한과의 관계에서 미-중간 중대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내 보수주의자들은 부시행정부에 이라크와마찬가지로 북한정권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한반도가 지금처럼 분단돼있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한국과 중국사이의 완충지역 역할을 할 수 있기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