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남북한간 경제협력 사업이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 내주초 예정된 금강산 육로관광 시범답사 일정이 연기되고 이달말로 계획돼 있던 개성공단 착공식도 내년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남북한 양측은 13일 사흘간에 걸친 경협제도 실무협의회를 마치고 내달 중순 평양에서 2차 회의를 속개키로 하는 등 일단 실무적인 경협논의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협사업은 다소간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핵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무시한 채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며 "금강산 육로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남북한간 경제협력 사업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6월 북한이 서해상에서 도발해왔을 때에도 금강산 관광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지난 10월 '농축우라늄 방식의 핵개발'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북한은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특구로 지정했었다. 북한이 경제난 타개를 겨냥해 정치와 경제 문제를 분리해 접근하고 있는데다 '핵' 문제에 대해선 미국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혀왔다는 점도 남북한 경협의 지속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정부는 지난 9월18일 경의선 연결사업 착공식을 시작으로 경의선 및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비무장지대(DMZ)내의 지뢰제거 작업을 거의 완료한 상태다. 남북한은 경의선 철도를 올해말까지 완료하고 경의선 도로는 내년 봄까지 완공키로 합의했었다. 동해선 철도에 대해서는 저진~온정리 사이,도로는 송현리~고상 사이의 구간을 내년 8월말까지 완료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완공시한은 이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남북한간 임시도로 개통을 눈앞에 둔 금강산 육로관광사업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북핵 위기감이 전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새로운 육로관광길을 여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개성공단 공동개발사업은 장기 계획이어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를 개성공단개발 공동 사업시행자로 이미 선정해 공단개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핵문제로 공단개발 착공식이 늦어져 일정에 다소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이 핵문제를 놓고 극한 대결을 벌일 경우 남북한간 경제협력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직 그 정도로 우려스런 단계는 아니라는 게 경협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