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미국 군함이 예멘 근처인도양 공해상에서 북한 화물선을 나포했다 12일 풀어준 사건은 썰렁한 북미관계 속에서 미국이 실력으로 북한을 더욱 견제하려는 의도적 행위로 풀이된다. 미국은 스페인 군함의 힘을 빌어 북 화물선 소산호를 나포.검색하면서 국기를내걸지 않아 국제법상 검색권을 행사했다고 표면적으로 밝히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이 화물선이 북 남포항을 출발한 때부터 위성을 통해 추적,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예멘으로 향하는 화물선이라는 사실은 이미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미국은 북한 선박으로 미리 파악한 상태에서 검색 후 미사일을 압수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국기를 달지 않는 괴선박이라는 명분으로 계산된 억류.검색만 실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미사일 수출국이라는 점을 국제 사회에 널리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북한의 핵 개발 등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을 막기 위한 다단계 조치를 이어간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미주연구부장은 "그전부터 여러 차례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는 미국이 북한에 가한 '정치적인 의미의 경고 사격'으로 볼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심경욱 연구위원은 "미국의 북한 선박 나포는 북한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북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촉구한 것"이라면서 "미국이 선박을 풀어준 것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공개적으로밝힌 목적을 달성한 만큼 더이상 불필요한 국제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곧 '타국 선박의 공해 통행권과주권을 침해한 명백한 도발 행위' 등으로 규정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가장한 세계제패 전략'이라며 미국을 한층 강도높게 비난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의 한 관리는 11일 교도(共同)통신과 회견에서 "화물선 나포는 큰 실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극단적인 태도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번 일로 미국에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 사회에 과시하면서 이를 대미 협상 카드로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북한의 '자존심'을 심하게 손상시키지는 않은 만큼북한은 대미 강경 태도를 견지하면서 남한과의 경제 협력은 지속하는 기존의 이원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김귀근.이충원 기자 leess@yna.co.kr